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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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싱가포르 마라톤대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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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준환 댓글 4건 조회 43,333회 작성일 07-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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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한답시고 혼자만 돌아 다니다 보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싱가포르 대회에 같이 가기로 했다.
처음엔 혼자 다녀오라고 거절했지만 몇번의 설득으로 허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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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지방이고 눈이 내리진 않지만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여느 나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근사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성탄절을 즐기려는 아이들처럼 카메라에 소중함을 담았다.

아침식사를 호텔에서 해결하고 "보타닉 가든"으로 향했다.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경이로울 정도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정원은 휴식처로, 데이트장소로, 아이들의 그림그리는 장소로,
기 체조를 하시는 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깅하시는 분....
나도 모르게 복잡했던 일들이 사라져 버리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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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사자,몸통은 인어인 "머라이언"은 싱가포르의 상징물이 되어 버렸다.
커다란 동상이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관광상품에 머라이언이 빠지지 않고 있었다.
주롱새 공원에서 본 "새들이 펼치는 쇼"를 구경하고 모노레일을 타고
공원전체를 한눈에 구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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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행사장은 준비로 분주했고, 배번과 유니폼을 받으니까 이제 정말 싱가포르에서 마라톤을
한다는게 실감이 났다.
남편은 내일 더운날 고생해야 하는데, 아내는 연신 기분이 좋은지 포즈를 취하면서 모델이
좋으니까 사진이 잘 나온다나 어쩐다나...


475500bd48b9f&filename=![CDATA[시상대.JPG]]


누구나 한번쯤 올라가고픈 시상대에 우뚝 올라서 개폼을 한번 잡아봤다.
다른 일행들이 눈이 동그랍게 쳐다보는데 그래도 기분은 짱이었다.

싱가포르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 3쌍의 부부가 한자리에 모여 알콜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웠고,
그것도 아쉬워 노천카페로 나갔다가 짧은 영어로 물건을 사려다 웃음보를 터 뜨렸다.
하는수 없이 맥주를 사가지고 다시 들어와 부부끼리 우의를 돈독히 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내일을 위해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새벽 3시! 모닝콜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새벽에 공수된 찰밥으로 요기를 하고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어두운 새벽이지만 많은 달림이들로 이내 도로가 가득찼다.
새벽 5시 30분! 드디어 풀코스 완주를 위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2키로쯤 달렸을까? 고온다습한 날씨탓인지 이마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 힘겨운 싸움을 예고하는 듯 했다.

11키로 지점에서 양찬우이사님이 나를 발견하고 연신 후레쉬를 터뜨렸다.
하프는 이미 출발하였고,10키로를 뛰기위해 대기중이던 우리일행들의 모습이 모였고,
박수와 격려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어느덧 태양은 떠오르고,동쪽 해안으로 향하는 도로는 공원길을 뛰는 듯한 기분이었고,
놀러나온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주었다.
더운 날씨였지만, "rain tree"라는 가로수들이 하늘을 덮고 있어서 마치 나무 터널속을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제 밤늦게까지 마신 술의 영향인지? 날씨 탓인지 달리고 있는 몸이 무거웠다.
그래도 주위의 풍경과 사람들의 관심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매 키로마다 급수대가 있었지만, 시원한 물이 필요하여 짧은 영어로 물을 달라고 하니까,
아이스박스에서 급하게 꺼내 주면서 "꼭! 완주하라"는 어느 피서객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마라톤 문화가 정착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더위와 싸우면서 골인하는 순간 다른 대회때와 비교하기 어려운 희열이 복받쳐 올랐고,
내 마라톤 인생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



호텔로 들어와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실외 수영장으로 향했다.
힘들었을 다리를 냉찜질 할 겸,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수영장에 빠져들었다.
출국하기전에 수영복을 챙기던 아내에게 수영할 시간이나 있겠냐며 수영복을 놓고 가게 했던
생각이 나서,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475500c6038e2&filename=![CDATA[쎈토사.JPG]]


마라톤 대회를 마치고 먹는 점심은 아무 부담이 없었다.
"몽골리안 바베규"라는 음식으로 식사를 했는데 어디서 준비했는지 소주한잔에, 보드카 한잔에
모두들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풀코스를 뛰고 체력들도 좋다.
쎈토사 섬에서 해저수족관을 구경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 보는 광경도 볼만했다.


4755059430251&filename=![CDATA[분수쇼.JPG]]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쎈토사 섬을 찾았다.
snb tour 양찬우이사님이 특별히 부탁해서 일정에 넣었다는 "분수 쇼"을 보기 위해서였다.
분수와 레이져 그리고 불꽃과 폭죽으로 하늘을 수놓는 광경은 환호성이 절로났다.
몇시간을 기다려 구경한 보람이 있었고, 싱가포르 관광중 백미였다.

이제 싱가포르를 떠나야 한다.
아내는 다리가 부어 신발이 맞지 않아 맨발로 다니면서도 좋은 여행이었다고 회상했다.
아내와 함께한 싱가포르 여행이 내 일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았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아내와 함께 할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노력해준 snb tour 양찬우이사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아울러, 짧은 기간이었지만 동고동락을 함께 한 마라톤 참가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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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노준환님! 압록강마라톤 다녀오셔서도 제일 먼저 글을 올려 주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많이 부족한 저희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다 더 잘 하겠습니다.

새달사님의 댓글

새달사 작성일

압록강 마라톤 때 뵙고 오랜만에 뵙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싱가포르 마라톤은 사모님과 함께한 여행이라 더욱더 특별한 여행이셨을 것 같아요. 후기를 보니 저도 느낌이 확!옵니다.^^

2007년의 마지막 달인 12월 잘 마무리하시고...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미숙님의 댓글

문미숙 작성일

양찬우이사님,가이드 홍성민과장님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즐거운 여행이였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청주에서 오신 김승기,김용삼부부께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원종하/성낙례님의 댓글

원종하/성낙… 작성일

참으로 아름답고 씩씩한 부부였습니다.바탐까지 같이 하셨으면 했는데....앞으로도 삶이 즐겁고 잔잔한 추억으로 엮어가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