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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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여름휴가-내몽고초원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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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종택 댓글 2건 조회 18,667회 작성일 09-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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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몽골 커얼친 대초원 마라톤대회 참가기

7월 4일(토)
며칠 전 시내서 우연히 보았던 인천공항 직항로 리무진 버스가 때마침 개통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으면 원주까지 가서 이동해야 하니 아무래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해외마라톤을 갈 때마다 그랬듯이 이번 마라톤 여행도 집사람과 동욱형과 셋이 함께 했는데 버스에서 영월에서 오신 분을 우연히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기간 내내 함께했다. 당초에는 범식친구 내외도 같이 가기로 했으나 어머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행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공항에서 SnB Tour의 은현씨와 낯익은 몇몇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해바다를 건너 1시간 남짓걸려 심양에 도착했다
심양은 선양이라고도 부르는데 동북3성의 중심으로 현대화되고 나름대로 전통이 있는 도시이다
심양에서 5시간 동안 지루함을 달래며 끝이 없는 옥수수 밭과 미류나무의 평야지대를 버스로 달려 통요시에 도착하였다

시내 중심가는 왕복 8차선의 시원스런 도로가 뚫려있고 번호판이 있는 인력 자전거, 오토바이, 앞에 바퀴가 하나인 트럭과 승용차들이 혼재해 있으며 상점마다 간판이 1층 건물의 반을 차지 할 정도로 크고 투박하다. 우리들이 묶을 숙소는 신세기 호텔로 중국 지방정부에서 환영만찬이 예정되어 있어 짐만 풀어놓고 식당으로 모였다

테이블엔 달걀스프, 잉어찜과 각종 나물 등 여러 가지 반찬이 즐비하였지만 어느 반찬이든 너무 짜서 먹기가 곤란 할 정도다
중국의 음식문화중 - 동쪽은 시고 서쪽은 맵고 남쪽은 달고 북쪽은 짜다 - 라는 말이 있는데 이 지방의 음식은 인간이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짜게 발달된 듯 보인다
이 호텔의 룸은 생각보다 넓고 깨끗하며 스프링쿨러헤드와 감지기가 부착되어 있고 복도에는 비상조명등과 옥내소화전, 비상구, 소화기등 소방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7월 5일(일)
모닝콜 소리에 일어나 가볍게 식사를 하고 다시 짜루터를 향해 이동하였다. 이따금 나타나는 마을은 대부분이 빨간 벽돌로 단열재 없이 지은 단층 건물들이 대부분이고 역시 적벽돌로 담을 두른 마당에는 펌프가 있고 닭과 염소 심지어 돼지들을 키우는 집도 있는데 집들이 산뜻하지 않고 먼지가 낀 것처럼 우중충한 느낌이 든다

중국은 본래 건물은 매매가 되지만 토지의 사유화는 인정하지 않는다
30년이나 50년 정도 정부에서 임대해 주는데 이렇게 긴 세월동안 빌려준다면 사실상 세습할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창밖으로 보이는 끝없는 옥수수는 사료용으로 대부분이 쓰인다고 하는데 당나귀나 트랙터로 고랑의 흙을 갈고 농부들이 괭이로 길쌈을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옥수수 밭 사이로 은빛처럼 잎을 반짝이며 흔들리는 미류나무 역시 끝없이 이어지는데 우리나라 5~60년대 소설에 나옴직하다
(먼지를 가르며 미류나무 가로수를 뒤로한 채 신작로를 달리는 마을 버스를 처음본 동네 아이들은 하나 둘씩 버스 뒤꽁무니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상으로 연결될만한 추억의 나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짜루터에 거의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바로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쉽게 성장하는 속성수이고 병충해에도 강하고 바람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하니 우리나라에서는 조경수로 취급도 않는 수종이지만 이들에겐 이만한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옥수수 밭이 서서히 없어지고 띄엄띄엄 초원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끝없이 이어지는 아득한 먼 바다처럼 가물가물한 초록의 지평선이 펼쳐진다.
시작이 어디고 끝이 어디인가. 그리고 나는 어디에 있는가?

어린시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에서 자라면서 참으로 가슴에 켜켜이 쌓아 두었던 꿈에 그리던 초원이 아니던가. 그 초원에서 말 타고 달려보고자 했던 꿈을 이렇게 마주하고 있지 아니 한가

우리의 버스는 공안순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
주변에서 가장 높은 것 같은 그래야 언덕에 불과한 높이지만 그 아래가 행사장인 듯 오토바이가 수백 대 열을 맞추어 서있고 각종 노점상들이 난장을 이루고 있다
현지인들은 우리가 신기한 모양이다
마라톤 복장의 이방인에게서 무엇이라도 알아내고 싶은 듯 햇볕에 그을린 까만 얼굴로 자기네끼리 무어라 이야기 하며 떠들고 웃는다.
우리의 60년대와 비교하면 무리일까
의복은 남루하지만 표정은 순박하다

해발 천 미터가 넘는 햇빛이 강하게 내려쬐고 모래 바람이 부는 초원에서 살다보니 피부가 검어지고 더구나 물이 흔치 않으니 어디 몸단장이 쉽겠는가. 더구나 강수량이 적어 그날 밤에 온 비까지 합쳐 올해겨우 세번이라 하니 그들의 삶도 고단한 듯 보인다.
출발 전 아취로 만든 스타트 라인 뒤편에서 현지인들이 공연을 하였다. 전통 몽골 복장을 하고 악기를 다루며 빠른 템포의 노래도 부르고 젊은 남· 여가 춤을 추며 구애하고 토라지고 화답하는 율동도 재미있다

이윽고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
발끝에 차이는 풀은 생각보다 매우 억세다
우리나라의 시골에서 흔히 보는 여러 가지 풀이나 목장에서 볼 수 있는 이탈리안 그라스 같은 종류와는 근본이 다르다
높은 해발과 바람과 햇빛에 적응한 탓이리라
선두를 달리는 공안 차는 빨간 깃발과 파란 깃발로 코스표시를 대신해놓은 지점들을 향해 저만치 앞서 나간다.
따로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니 깃발을 이정표 삼아 달려야 한다.
오토바이로 우리를 계속 따라오며 무어라 외치는 몇 몇 현지인들은 아마도 파이팅 하라고 외치는 것 같은데 매우 신기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초원은 바람이 많고 모래먼지가 심하다
이런 황사현상이 봄철엔 거센 바람을 타고 서해를 지나 우리나라에
오는 것이다. 레이스 하는 도중 군데군데 물을 공급하는 곳이 있는데 우리처럼 마시기 좋게 컵에다 따라 주는 것이 아니라 병째 건넨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이 보이는 초원에서의 마라톤은 색다르기도 하지만 지루하기도 하다

도심에서야 응원하는 사람도 많고 길도 구부러져 지루함을 덜지만 초원에서는 한눈에 대부분이 다 들어오니 시간을 길게 느낄 수밖에 더 있겠는가. 연습이 부족하여 하프를 신청하였지만 기본구력으로 열심히 달렸다. 언덕위의 반환점을 돌아서서부터는 조금 더 스피드를 내었다. 골인 점에 도착하니 12위 한국에서 두 번째라고 한다.

주변엔 공안들이 투입되어 현지인들을 통제하는데 주민들의 쩔쩔매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지만 처음 보는 마라톤대회이니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조금 지나면 늘어선 줄이 좁아지며 모두들 골인하는 주자들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바람이 심하여 버스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요기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구급대가 현장에 배치되어 있다

구급차에는 우리와 달리 120으로 표시되어 있고 남자 한명과 구조사 또는 간호사인 듯한 여자 세명이 함께 있다
구급차 내에는 우리가 늘 접하는 산소라든지 경추보호대등 의료장비가 거의 없고 가정상비약 정도만 비치되어 있다

한국에서 온 소방관이라고 소개하고 한국도 행사가 있으면 119구급대가 배치되어 시민들의 부상을 대비한다고 영어로 더듬더듬 이야기 하였지만 여간해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한참을 설명한 끝에야 알아들었는지 반갑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사진을 찍자고 한다.
언덕위에 늘어선 난장에선 무엇을 파는지 몹시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주택들도 잘 보이지 않는 설령 있다고 해도 띄엄띄엄 가뭄에 콩 나듯이 있는 이런 벌판에서 과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불러 모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우리의 시골처럼 “시거리 주민 여러분 ! 이장입니다. 아침 일찍 드시고 언덕배기 아래로 떼거리로 모여 주세요” 이렇게 엠프 방송을 할 처지도 아닌데 말이다


난장에는 과일, 닭튀김, 서책, 음료수, 그림 등 위생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별의별 물건들이 적나라하게 진열되어 있다
사과는 낙과된 것처럼 작고 상처가 많은데 십여 년 전 이탈리아에 갔을 때도 그렇고 태국이나 싱가폴에서도 맛보았지만 사과나 복숭아 자두 같은 과일 종류는 당도 높고 수분 많은 우리나라 것이 최고란 생각이 든다. 동료가 귀뜸한대로 아이스 맥주를 찾으니 2.5위엔 이란다.
농도가 3.5도 정도로 부담도 없어 단숨에 두병을 비우니 갈증이 가라앉는다. 오늘 저녁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게르라고 부르는 몽골주택에서 숙식 체험을 한다.
쉽게 설치와 철거가 가능한 전통가옥으로 격자로 된 나무를 핀으로 고정시키고 그 위에 천으로 뒤집어 씌운 후 끈으로 묶어 혹시나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만들었는데 그 안에서 식사도 하고 잠도 잔다.
잠자리는 갈대로 엮은 메트리스에 천을 씌워서 바닥에 깐 후 우리의 겨울이불처럼 두툼한 이불과 베게를 준다.

여기는 모든 음식이 그렇듯 소금으로 찐하게 간을 하여 생각보다 훨씬 짜다. 나물무침이 나물반 소금반인 것 같은데 아마도 환경상 어떤 연유가 있으리라. 저녁식사 후 한 시간이 지났을까 켐프파이어와 허르헉 이라는 양고기 바베큐 파티를 시작했다
드럼통에선 굵은 장작들이 소리를 내며 훨훨 타오르고 현지인들이 양두마리를 잡아서 어깨에 메고 무슨 의식처럼 소리를 하며 행사장으로 들어온다. 마유주라는 말젖을 발효해 만든 술이 몇 순배 돌아가고 허르헉 뒷다리를 손으로 뜯어 안주로 먹는데 양고기 특유의 노린 냄새가 난다. 우리나라 같으면 냄새를 없애는 각종 야채를 넣고 푹 삶아서 수육으로 먹으면 좋으련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행사를 하는 도중 유까꼬라는 일본여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몇 번 해외마라톤을 함께한 지성씨와 함께 참가했는데 사하라사막 마라톤과 남미대륙의 오지 마라톤 등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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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안녕하세요 윤종택님! 여독은 좀 풀리셨는지요? 여행기를 읽으면서 한편의 기행문을 읽은 듯 합니다. 내년에 내몽고초원마라톤대회에 참가하실 분들을 위하여 김치, 고추장도 준비하고 음식도 소금을 조금만 넣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말씀하신 부분도 보완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승리하십시오!!!!

우삼식님의 댓글

우삼식 작성일

예쁜 며느리 맞으시길 바라고요.

그 사진 보내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