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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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사막 마라톤] 뼈와 살이 타는 나미브 사막 넘어 대서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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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성 댓글 0건 조회 8,175회 작성일 09-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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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레이스 참가기

Racing The Planet: Namibia

먼저 시각장애인 송경태씨의 눈이 되어 완주로 이끈 김경수씨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나미비아 대회는 그 어떤 사막 레이스보다 최악,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대회였다. 감히 말하건 데, 지금까지 열린 전 세계의 사막 레이스 중에서 최고로 어려웠다고 말 할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이 더위와 탈진으로 인해 눈 앞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인 대회였다. 베테랑들이 모인 대회에서 완주율이 70%대로 나왔다는 사실 하나로도 얼마나 처절한 싸움들을 했는지 상상이 갈 것이다. 그러한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도우미 임무를 완수한 김경수씨는 기립 박수로도 부족하다. 다시 한번 축하를 드린다.

나미비아 대회는 오지 레이스 전문 기획사 Racing The Planet 에서 만든 +1 대회로,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거나 오지 레이스 골수 마니아들을 위한 이벤트 형식의 대회다.

+1 대회는 2008년 처음으로 베트남 북부 사파 지역에서 열렸으며, 매년 대회 장소를 바꾸어 새로운 세계와의 소통을 목표로 한다. 2009년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 언덕을 가진 아프리카 남서부의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에서 열렸다. 2010년에는 호주 사막, 2011년에는 네팔의 히말라야에서 열린다.
IE001070657_STD.JPG333 계획

최종 골인 게이트가 눈 앞에 다가왔다.

환호성과 함께 손을 번쩍 올려 골인 게이트를 치고 나간다. 멀리 아프리카 나미비아 빈드훅에서 나는 333 계획의 약속을 지켰고, 14번째 오지 레이스를 완주했다.

올해 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사막 레이스 일본팀 신년회에서 나와 유카꼬, 미호 세명은 333 계획을 세웠다. 내용인 즉, 3개월 3개 대륙 3개 대회를 출전하는 약간 무모한 계획인데 비용 마련, 시간 투자 그리고 적절한 대회를 찾는 수고가 필요했다.

먼저 도전한 대회는 3월 달에 열린 다이아몬드 울트라로 영하 40도의 캐나다 설원에서 6일간 썰매를 끌며 225km를 달렸다. 두 번째는 2주 후에 열린 4월의 제주도 100km 울트라 마라톤. 캐나다 대회 후유증으로 인해 몸의 회복인 안 된 상태로 출전하다 보니 정말로 어렵게 완주를 했다. 그리고 한달 후인 5월의 나미비아 대회. 연속으로 이어진 대회의 후유증이 일부 남아 있기는 했지만 커다란 문제가 없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참가를 했다.

그런데 역시 세상은 넓고 강호의 고수는 넘쳐난다. 우리는 나름대로 우리의 처지에서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노마를 만나자 마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노마는 작년 사하라에서 만난 이쁜 캐나다 아줌마인데 777 계획을 수행 중이라고 했다. 나미비아가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무대라고 한다. 아, 다시 한번 갈등이 생긴다. 나도 777을 해야 하나? 아니다 777하면 왠지 누구처럼 사기꾼 냄새를 풍기니 은하철도 999의 999를 실천해야 하나? 노마를 만난 후 아직까지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IE001070660_STD.jpgIE001070662_STD.JPG뼈와 살이 타는 나미브 사막

나미비아는 대회 참가 때문에 알게 됐는데, 놀랍게도 우리와 수교 자체가 안 되어있는 나라였다. 서로 상주 공관이 없다 보니 비자도 중국에서 발급을 받아야 하며 국내에서는 현지 정보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일단 한다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출국 3주전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비자와 항공 문제 해결하느라 고생한 에스앤비투어의 권은현씨께 감사.

문옥현, 전장희, 송경태, 김경수, 피터, 공호성, 유지성. 이렇게 7명의 코리언이 나미브 사막을 만난 건 우기가 끝난 5월 중순이었다.

처음 출발은 ‘피쉬리버캐년’이라는 세계에서 2번째로 커다란 계곡인데 미국의 그랜드캐년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 계곡 깊이가 500미터를 넘고 일반 관광객들은 대부분 전망대에서 느긋하게 계곡을 감상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계곡 밑 바닥까지 내려가 헤집고 다니는 게 하루의 시작이며 끝이었다.

나미브 사막 레이스도 일반적인 사막 레이스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대회 방식은 간단하다. 일주일간 먹을 식량과 장비들을 집어 넣은 배낭을 메고 하루에 정해진 거리를 달리던 걷던 제한시간 안에 통과하면 끝이다. +1 대회라 하여 특별한 것은 없다. 단지 기존의 정해진 지역이 아닌 전 세계를 유랑하며 돗자리 깔고 판을 벌인 다는 점이 다를까? 아! 그리고 롱데이 끝내고 시가를 피워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원래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데 약간 탄력적인 룰을 적용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사선을 넘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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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이틀째까지는 피쉬리버캐년 지역을 달리는 코스다.

첫날 코스 브리핑에서 날씨가 더울 수 있으니 물이 부족한 사람은 계곡 물을 마시라는 공지사항을 전달한다. 우기가 끝나서인지 아니면 청정지역이라 그런지 계곡물을 정수장치 없이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피쉬리버 깊은 계곡의 바닥까지 내려오는데 몇 시간이 걸렸다. 자칫 잘못하면 수백 미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위험 천만한 험로의 연속이라 모두가 긴장하고 한발한발 힘이 잔뜩 들어간다. 계곡 밑 바닥은 허리까지 오는 강물이 세차게 흐른다. 모래사장 이어 뛰기 수시로 강 건너기…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대회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코스가 강에서 다시 계곡 위로 올라가며 문제가 생겼다. 우기가 끝난 지역답게 태양이 지면을 달구는 시간이 되자 음지에 숨어있던 습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습도를 가득 머금은 영상 40도의 더위는 한 순간에 우리의 신체를 마비시킨다.

결정적으로 체크 포인트까지 남아있는 거리가 예상보다 멀어서 모든 참가자들이 물 부족에 시달린 것이다. 등반 장비도 없는 우리에게 절벽을 기어서 올라가는 코스가 연속으로 주어진다. 때로는 기어서, 때로는 로프를 잡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는 공포감이 저절로 생긴다. 탈진해서 쓰러지는 참가자들도 가끔 보인다. 그래도 나눠줄 물이 없다 보니 스스로의 운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힘들었던 하루의 구간을 마치고 캄캄한 밤에 골인을 하니 온몸이 아프다. 절벽을 오르다 여기저기 부닥쳐서 타박상이 생긴 것이다. 다른 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옷이 찢어지거나 찰과상, 타박상을 입은 부상자들이 꽤 있었다.

김경수씨도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며 첫날 구간을 통과했다. 모두가 놀라며 기적이라고 말 한다. 뼈와 살이 타는 코스를 지나온 우리들은 김경수씨가 오늘 하루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상상이 되면서도 믿어지질 않는다. 한 사람의 자기 희생을 떠나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IE001070665_STD.JPGIE001070666_STD.JPG세상의 돌멩이는 모두 이곳에

39km, 38km, 35km의 험악했던 3일간 코스를 마치고 나서 발톱 3개가 죽었다. 오래간만에 물집도 생겨서 아침, 저녁으로 치료를 했다.

피쉬리버캐년에서 모래지역으로 이어지는 코스에 무슨 돌멩이들이 그리 많은지 계속해서 차이는 크고 작은 돌멩이로 인해 발톱이 성할 날이 없다. 바닥이 고르지 못하니 불안한 착지로 이어져 수시로 발목이 꺾인다. 특히 오른쪽 발목은 예전에 충주호 160km 울트라 대회에서 크게 삐끗한 이후 고질적인 부상으로 정착이 됐다. 아침에 정신이 없어서 테이핑을 못 하는 날이 있었는데 그럴 때 마다 코스는 더욱 험해지고 발목은 여지 없이 돌아갔다. 항상 테이핑에 신경을 써야 하면서도 신경을 못쓰니 누구에게 하소연 하리. 그나마 대회 중에 커다란 부상을 안 당해서 다행이다.

지난 3일 동안의 레이스 중 일본 선수 한 명이 실종되었다가 다음날 구조가 되는 소동이 있었다. 첫날 계곡을 타고 올라가다 길을 잃어버려 헤매다 밤에 혼자서 비박을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뱀과 전갈, 기타 야생동물이 우글우글 거리는 곳에서 혼자서 비박을 하려니 무서워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늘부터 텐트에서 안심하고 잘 수 있기에 너무나 행복하다고 한다.

나미비아는 나라 면적에 비해서 인구밀도가 상당히 낮다. 그러다 보니 대회 중에 사람 만나기도 힘들고 마을도 못 봤다. 딱 한번 원주민 아이들 3명과 집을 본 게 전부다. 그 넓은 땅덩어리를 황무지로 방치하는 게 아쉽기만 하다. 우리같이 땅과 건물에 목숨 거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이상하고 이해 안 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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