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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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사막마라톤 참가기(Sahara Rac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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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지성 댓글 1건 조회 12,761회 작성일 09-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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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사하라 레이스 참가기 (Sahara Race 2008)

세상은 요지경

최근의 국제적 레이스 추세는 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시리즈로 이어지는 연속된 대회가 인기다. 얼마 전까지 국내에는 사하라 사막 대회만이 극한의 인내를 요하는 대회로 많은 이들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정보를 통해서 세상이 더욱 넓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오지에서는 별의 별 희한한 대회들이 열리고 있다. 요즘은 정말 황당함과 어려움을 넘어 목숨까지 걱정해야 하는 위험한 대회들이 활성화 되고 있다. 인간의 끝이 없는 도전 정신 때문인가? 아니면 세상이 너무 풍족해져서 인가? 자신을 학대하는 고통 속에 행복을 느끼는 세상이 요지경이다.


Again Sahara

유카꼬와 함께 사하라 사막의 모래 위에서 밤 하늘을 봤다.

저쪽 지평선에서 반대편 지평선까지 끝없이 이어진 하늘의 별과 은하수는 손을 뻗으면 마치 잡을 수 있을 것 같이 가까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은하수의 신비로움이 꿈속을 헤매는 듯한 몽롱함으로 다가와 사막의 고요함 속에 더욱 커져만 간다. 나와 사막과 우주가 하나로 결합되는 기분이다.

믿거나 말거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 사하라 사막이라고 한다. 어쨌든 실제로 가보면 뜨겁기는 뜨겁다. 예전 2005년 대회 때는 지열포함 낮 온도가 영상 58도를 찍은 적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탈수와 일사병으로 ‘픽픽’ 쓰러지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경기 진행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더웠다. 그때가 9월이었는데 이번에는 한달 후 인 10월말에 대회가 열린다. 적어도 2005년 대회 때와 같은 더위는 없을 것이란 희망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사하라 사막이라 하면 겁을 먹는 게 보통이다. 사막 하면 떠오르는 것이 더위, 모래, 전갈, 오아시스, 여우, 어린 왕자 등이 있는데 대부분 만나봤지만 아직 어린 왕자는 못 만났다. 현실이건 아니건 그래도 언젠가는 만날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사하라 사막 레이스는 단순하다. 일주일간 먹을 식량과 장비들을 집어 넣은 배낭을 메고 하루에 정해진 거리를 달리던 걷던 제한시간 안에 통과하면 끝이다. 그렇게 일주일간 사막을 헤매다 마지막 카이로 시내를 통과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만나 골인을 하면, 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자신감과 뿌듯함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묵직한 완주 메달을 목에 걸 때 지나온 시간의 고통은 한번에 날아 가버리고 이어지는 굵은 눈물 한 방울,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사막은 우리 인생에 있어 단지 일주일간의 일상 탈출이었지만 그 잔상과 추억은 후유증 같이 평생을 두고 우리를 따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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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Desert. I Love Sahara.

대회 이틀 전 이집트 카이로에 모인 참가자들은 장비 검사를 마친 후 대회 장소인 사하라 사막을 향해 7시간의 약간 긴 버스 여행을 시작했다.

카이로 시내를 벗어나 조금만 달리면 바로 끝없이 펼쳐진 모래 벌판을 만나게 된다. 옛날 이집트 사람들은 피라미드를 기준으로 서쪽 사하라 사막은 죽음의 공간이라고 하여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곳은 사막에서 살아가는 베드윈 족만 있을 뿐 일반 인들에게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장소였다. 그런 죽음의 땅으로 우리는 달려가고 있다.

지구상의 어느 사막이건, 사막은 막상 가보면 황홀할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어느 사막은 초원, 모래, 산들이 어우러진 곳이 있는 반면, 어느 곳은 황무지 그 자체인 곳도 있다. 사하라는 상대적으로 모래가 많고 모래의 색깔이 다양하다. 또한 어폐류 화석도 많아 특별한 공부를 안 해도 예전 이곳이 바다였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주변이 수십 미터 높이의 바위로 둘러싸인 첫 번째 캠프 BAHARIYA에서 사막의 첫날 밤을 보내고, 10월 26일 모두 함께 미친 사람이 되어 일주일간의 사하라 레이스에 몸을 던졌다.

이집트 사하라 사막은 독특한 특징이 있다.

먼저 새하얀 모래와 암석이 섞여있어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는 백 사막과 작은 화산재들이 퍼져있는 검은색의 흑 사막, 그리고 오렌지 색 모래 지역, 회색 빛의 모래 지역이 신비감을 더해 준다. 또한 시간대와 태양의 각도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는 모래의 색상은 자연의 오묘함을 체험하게 해준다.

2008년 사하라 사막 대회는 첫날 35km, 둘째날 38km, 세째날 40.3km, 네째날 38.9km, 그리고 제한 시간 33시간의 롱데이 100.2km, 마지막 날 5km 마무리. 총 257.4km를 가야만 한다. 코스 거리 환산은 지도상에 선을 긋고 지도상 직선 거리로 계산을 한다. 그러니 실제로는 1.5배를 더 곱해야 현실의 거리가 될 수 있다. 하여튼 무지막지하게 뛰고 걷고를 반복해야만 골인을 할 수 있는 단순 무식함의 극치를 볼 수 있는 대회다. 사막에서는 남녀노소, 귀족, 천민 안 가리고 얼마나 사막에 적응을 잘하고 생존 본능이 뛰어난지에 따라 사막의 일상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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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레이스는 참으로 재미있다.

먼저 일주일이란 시간 동안 그 사람의 인간 본성을 끄집어 낼 수 있으며, 세계 각지의 친구들을 만들 수 있다. 또한 광활한 자연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깨달을 수 있으며 역으로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로맨스를 하려면 ‘사막의 로맨스’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막의 낭만에 취하고, 부드러우며 휘 감아 치는 붉은 모래 언덕과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바라 보면 인종,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두 한 마음 한 몸이 될 수 있다. 외국 여자 친구가 필요하신 분은 ‘떠나라 사막으로!’. 그곳은 더 이상 황무지가 아닌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축복의 땅이다.

올해 사하라 대회는 예전에 참가했던 2005년도에 비해서 날씨는 시원(?)했지만 코스가 어려웠다. 뭔 놈의 모래가 그리 많은지 전체 코스의 약 90%가 모래 지역이었다. 그 중 모래가 분말가루처럼 가는 모래지역이 있는데 움직일 때 마다 발목까지 빠지며 발 아래에서 돌아가는 모래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배 이상은 들었다. 그리고 기록적인 거리의 롱데이 100km는 내 몸 안의 모든 진액을 쥐어 짜는 듯한 피로감을 느끼게 했다. 그나마 위안은 남 들처럼 물집이나 부상에 시달리지 않아서 몸은 편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오지 레이스 초기만해도 발의 물집 때문에 고통스러운 레이스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2003년을 기점으로 물집 걱정에서 벗어나 즐거운 레이스를 하기 시작했다. 오지 레이스는 훈련과 단련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신발과 양말의 선택이 필수다. 그만큼 장비를 보는 안목과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짬밥이 통용되는 사회다.

첫날과 둘째날의 화이트 데저트를 지나 3일째의 듄데이(Dune Day: 커다란 모래 언덕을 넘는 코스)에서 사하라 사막의 진수를 맛 본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모래 밖에 없는 사막 한 복판에서 갑자기 용의 모양을 한 괴물(모래 언덕)이 불쑥 튀어 오른다. 순간 나는 기사로 돌변해 용의 등(모래 능선)을 타고 올라 괴물과의 사투를 벌인다. 오르락 내리락 숨가쁜 접전 끝에 용의 정수리(체크포인트)에 도달 후 최후의 필살기(물)로 마무리한다. 타는 듯한 목마름을 한 모금의 생수로 진정시키니 세상이 맑아 보이고 옆에서 웃고 있는 유카꼬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더욱 더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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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오아시스

사막의 오아시스하면 예쁜 무희들이 춤추고 온갖 과일들과 먹거리가 있는 낭만을 꿈꾼다. 분명 어딘가에 그런 환상의 세상이 있다고 나는 깊게 믿는다. 하지만 내가 만나 현실의 오아시스는 모래 천지 위에 외로이 홀로 떠 있는 작은 섬이다. 신기하게도 주위에는 수십 킬로에 걸쳐 모래 밭이지만 오직 한곳 대추야자수가 있는 작은 섬에서는 물이 솟아 오른다.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막 여행자들에게 기쁨을 주는 작은 안식처다. 황량한 사막에서 나무를 만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마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 든다. 잠깐 쉬어 간다는 것이 10분, 20분, 계속해서 엉덩이가 바닥에 붙어있게 만든다.

그리고 사막에서 오아시스 같은 존재는 역시 사람이다. 레이스 중에 자신과 친한 사람을 만나거나 아니면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과 친구가 될 때 오아시스의 물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나에게는 사막을 통해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 때론 내 자신이 그들의 오아시스가 되어주고 때론 그들이 나의 오아시스가 되어주는 역학 관계는 삶의 또 다른 기쁨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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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긴~ 롱데이

치열했던 4일간의 레이스를 마친 후 사막 레이스의 꽃 롱데이(1박2일간 80~100km를 달리는 구간)의 날을 맞이했다.

지난 4일간 거의 10%정도의 참가자가 탈락했다. 최고 온도 48도의 시원한(?) 사막에서 탈락했다 하면 돌발적인 부상이나 자기관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한국팀에서도 한 명이 급체로 포기를 해서 모두를 아쉽게 만들었다. 상태가 안 좋아 급한 대로 검은색의 죽은 피를 뽑아냈지만 한번 떨어진 기력은 쉽게 회복이 안됐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까지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내일까지 과연 살아 있을지 걱정 반 근심 반의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워낙 긴 거리다 보니 초반에 모두 몸을 사리며 천천히 뛰어 간다. 후미 그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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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님의 댓글

밤톨 작성일

올해도 아타카마사막 250km, 나미브사막 250km, 고비사막 250km, 사하라사막 250km, 남극마라톤까지 스케쥴이 짱짱하군요. 건강하시고 건투빕니다. 대박 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