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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걷기 대회 후기 여기다 쓰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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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은진 댓글 0건 조회 11,101회 작성일 07-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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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이사님이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라는 압력이 있기도 했지만, 여행의 감동이 일상 속에서 희석되기 전에 뭔가 남겨 두어야 할 것 같아서 집에 도착한 후 가방만 대충 풀어 놓고 제일 먼저 이 글을 씁니다. 그래도 저의 집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하는 관계로 아마 내일 사무실에 출근해서야 이 글을 올리게 될 것 같네요.

이번 여행은 제게 정말 특별했습니다.

먼 길을 돌아가 아주 짧은 시간 바라 본 백두산이었지만 마치 근엄하고 거룩한 인격체와 마주선듯한 그 순간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곳은 정말 사랑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었습니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압록강 곁을 걸었던 순간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고요. 20Km가 참 짧게 느껴졌어요. 또 좋은 사람들과 진실한 마음으로 함께 부대끼던 것도 이번 여행에서 덤으로 얻은 큰 선물이었답니다.



압록강 걷기 프로젝트와 백두산 답사 여행을 위해 많은 분들이 수고 해 줬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일정 전반에 걸쳐 저희와 동거 동락을 함께 하셨던 다섯 분의 가이드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1호 차 담당이셨던 양 모 이사 선생님 (??? 저기 이름을 깜빡 잊어 버려서……그러게 명함을 주셨어야죠.) 처음에는 인상도 그렇고 해서 까칠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둘째 날인가? 엉덩이에 기저귀 찬 것 같이 생긴 타이즈를 입고 나와서 마치 전문 싸이클 선수인양 뻐기며 다니던 코믹한 모습에서 생각만큼 까칠한 분이 아님을 알게 되었답니다.

더군다나 25Km를 열나게 달려서 다다른 곳이 바로 출발 선 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며 환하게 웃으실 때는 정말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멍청하기까지 한 모습이 무척 유쾌하고 반가웠죠.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남자 분이라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때 정말 귀여우셨어요.

만약 그 귀걸이에 관한 오해만 아니었어도 제가 진작에 작업(?) 들어 갔을 텐데 아쉽게도 기회를 놓쳐버렸네요. 아직까지도 의혹의 마음이 완전히 가셔지지 않은 거 아세요? 그러게 왜 금속 따위 것으로 멋을 부리려 하셨나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아예 이 참에 그 귀걸이 포기하는 것은 어떠실지? 그 장난기 머물고 있는 밝은 눈빛과 까칠해 보이면서도 때론 꺼벙한 모습을 내 보일 수 있는 그 멋진 매력이 가려지잖아요. 꼭 김치찌개에다가 버터 넣은 거 같아요.

여하튼 1호 차 뿐만 아니라 전체를 이끌어 가신다고 고생 많이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아! 참, 홈페이지 디자인 안 바꾸셔도 좋을 것 같네요. 좀 어수선한 거 그거가 큰 매력이잖아요. 하하하




2호 차 권은현 선생님 돌아오는 배 안에서 수고한 가이드 여러분들께 윽박지르는 할아버지가 저는 확 밀쳐 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던데, 연약해 보이는 여성이 일정 내내 나이도 더 많은 힘든 분들 상대하면서 마지막까지도 그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을 보면서 같은 여자지만 정말 성숙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 여자분이 참 수준 높아요. 저는 생기발랄한 그 모습 늘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 보고 있었답니다. 상큼한 사과 같은 분이셨어요. 사람들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 많이 했는데 모르셨죠?




3호 차 이창재 부장님 (호칭 붙이니까 어색하다.) 제가 이번 여행에서 3호 차에 배정 받게 된 것은 가장 큰 선물 중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늘 쉼 없이 다니며 섬세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고 기운을 북 돋아 주시는 것을 보며 가이드 업계의 진정한 고수며, 인생 자체가 프로페셔널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시간 함께 이야기 하고, 함께 웃으며, 함께 움직였던 것 정말 행복했어요. 더욱 감사드릴 것은 이번 여행 기간 동안 제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 주셨던 것입니다. 그것이 제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이창재님은 사람의 마음뿐만 아니라 영혼의 깊은 상처까지도 어루만지고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신 거 아세요? (이렇게 말하면 제가 너무 띄워드리는 건가요? 하여튼 깊이 감사 드려요.)

바라기는, 이제는 창재씨 자신의 어깨만 내어 주지 말고 누군가의 어깨에도 살폿이 기대어 쉴 수 있게 되시길 바래요. 왜 사람 인(人)자가 두 사람이 서로 기대로 있는 형상이라고 하잖아요. 조만간 좋은 사람 꼭 만나시도록 함께 기도드릴께요.



아~ 우리 4호 차의 아라비안 공주님! 어째서 저는 신 가이드님만 보면 마음 한편에서 살포시 기쁨이 올라오는 걸까요? 독특한 억양으로 재잘거리던 말들이 정말 예뻤어요. 그리고 아무도 따라 갈 수 없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유쾌했죠. 백두산에 오를 때 입었던 분홍색 털 코트와 배 안을 누비고 다니실 때 신었던 ‘쪼리’는 정말 제 맘에 쏙 드는 취향이었어요.

혹시 다음 번에 아랍 쪽으로 어떤 팀을 가이드 해서 가실 일 있으면 제게 꼭 연락 주세요. 따라 가려 구요. 왜 거기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배꼽 드레스 있죠? 그거 입은 거 보고 싶어요. 신영용님이 (이름 맞는 거죠?) 어른이든지 아이들이든지 특유의 천진함으로 대하는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흐믓했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 또한 감동이었어요. 그리고, 회비 늦게 내도 안 자르고 기다려 주신 거랑, 막판에 주셨던 약간의 귀여운 압력도 고마웠어요. 누구한테든 돈 안 빌리고 가려고 그렇게 버틴 거였는데 결과적으로는 후원 받아서 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5호 차 가이드 유지성님과는 첫 식사 테이블을 같이 한 것 외에는 차도 다르고 일정 내내 움직이는 코스도 달라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네요. 그래도 유지성님은 이 여행의 처음과 끝에서 무거웠던 제 마음의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었던 소중한 열쇠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번 여행은 약간은 도망치고 싶었던 관계의 문제들 때문에 시작했던 터라 더 이상 아무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혼자서만 적절히 즐기려고 했었죠. 그런데 유지성님이 첫날부터 사막랠리에 대한 이야기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맘속 경계의 벽을 허물어 버리셨더군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것에 도전 하는 열정은 내 삶 속에서 참으로 베어내기 힘들었던 끈질기고 굵은 가지였었는데, 그 동안 일상적인 삶에 적응하느라 어렵사리 잘라내어 버렸던 옛 열정들의 싹이 새삼 되살아나 이번 여행 기간 내내 마음 깊은 설렘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제가 삶의 어떤 부분의 에너지를 잃어 버린 채 반복되는 생활의 리듬에 막연히 몸을 맡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적응하는 삶보다는 도전하는 삶을 더 갈망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정말로 내가 필요로 했던 것이 단순히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영혼의 신선함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유지성님이 해준 몇 마디의 말들 속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마지막 인천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이번 여행이 어떠셨냐는 질문을 하셨던 순간 저는 마치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에서 깨듯, 아! 지금은 여행의 순간이고 그 끝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는 현실을 덜컹 깨달아 버렸습니다. 밥줄에 서 있는 사람에게 한 질문이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단순히 대답해도 될 것이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저는 밤 늦도록 이번 여행의 의미와 내가 받은 선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었죠.


고마워요. 저도 그 사막 별 꼭 보고 싶네요. 혹여 영혼의 신선함을 위한 자극이 좀더 필요로 하게 되면 아마도 사막랠리에 도전하기 위해 연락을 드리게 되겠죠? 그러면 그 발가락 양말 공짜로 주실 수 있는 건가요? 남극에서 길 잃어버리지 마세요.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모든 여행 일정이 마치고 밤새 서해 바다를 가로지른 동방명주 호가 인천항에 도착했을 때 저는 선미에 나가 배가 부두에 정박하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 보았답니다. 항구에는 사람과 물건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차들이 대기 하고 있었고,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 서서 배가 가까이 다가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선사의 작은 배는 덩치 큰 배에 붙어서 열심히 엔진을 돌리며 방향을 잡아 주는 동안 배가 천천히 부두에 다가갔고, 그 과정 속에서 대기 하고 있던 사람들은 순서대로 일사 분란하게 자기의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습니다.

익숙하게 반복되는 움직임인 듯 했지만 한 사람도 자기의 자리, 자기의 맡은 역할에서 벗어나 있지 않더군요. 그들의 성실한 수고가 우리에게 뭍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었죠.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밤새 술을 마시고 괴성을 지르고 싸움을 했든지 어떻든지 간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인생은 그렇게 돌아가는 건가 봅니다.

혼자서만 우뚝 서서 외롭게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수고와 노력으로 도움을 얻고, 또 나는 내가 선 곳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또 다시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번 압록강 걷기와 백두산 답사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분들이 보이는 곳에서와 보이지 않은 곳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 주셨죠? 다양한 배경과 성격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짧지도 않은 일정 가운데 물이 흐르듯이 유연하게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은 관계된 모든 분들의 수고와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일사분란 했던 여러분들의 모든 움직임이 제게는 큰 사랑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인해 여행을 떠나기 전 멈춘 듯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던 제 심장이 다시 정상적으로 뛰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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