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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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마라톤 투어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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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준환 댓글 5건 조회 55,964회 작성일 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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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라톤 투어를 마치고...

사회주의국가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북경대회 같이 잘 알려진 대회라면 바로 결정할 수 있었을 텐데 처음 열리는
대회이고 아직 잘 알려진 기획사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래도 한번은 가보고 싶어서 아내와 상의하여 가기로 결정했었다.

5/5(금)
오후 2시에 인천항에 모여 17:30분에 출항했다.
약 150여명의 한국 참가자들이 단동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배로 15시간 이상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고,
막상 선실 내부를 보니 정말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판단이 섰고, 이내 서로 익숙해지고
갑판위로 나와 어느새 먹거리 판으로 변해 버렸다.

인천을 출발한지 2시간이 지나자 주위는 어둠이 깔리고 드문드문 보이던 섬들이
몇 개의 불빛만을 보이다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다.
15시간 배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혼자 여행을 할수 있도록 이해 해준 아내가 고마웠고,
핸드폰도 안되는 낯선 땅으로의 여행이 머릿속을 맑게 하는 것 같았다.

출항한지 3시간이 지나자 커다란 배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호의주의보와 돌풍의 예보 때문인 것 같았고,
우리가 미리 맞이하는 것 같았다.

선내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어디서 준비했는지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소주 양주 기타 담가서 가져온 술까지 다양했다.
이번 참가자들은 대회보다는 투어에 목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얘기를 하다보니 직장과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 자기관리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참가자들 대부분이 자기사업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경제적인 여유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런 대회에 참가하기는 쉽지가 않고, 다른 부분에서 조금 아낀다면
훌륭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변치 않은 안주지만 조촐한 술자리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인천을 출항한지 4시간이 넘자 이제는 주위에 섬들도 보이지 않고
칠흑같은 어둠만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레이다와 나침반만 믿고 어둠을 뚫고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을 선장만 믿을 뿐이다.
비록 북한을 향해 가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인생인 것 같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생이 우지좌지 하고 있는거와 마찬가지로...

5/6(토)
새벽 5시!
조금씩 어둠이 거치기 시작한 바다는 적막함 그 자체였다.
간밤의 칠흑같은 어둠과 비바람을 뚫고 묵묵히 달려온 여객선이 사뭇 대단해 보였다.
밤늦게 까지 술을 마시며 정치,경제를 논하던 사람들도 아침의 모습은 딴사람 같았다.
밤새워 그림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동양화,서양화를 그리던 사람들인데 보따리 상을 하는 교포들로 보인다.

오전 10시!
거친 파도 때문에 조금 늦게 단동 동항에 도착했다.
빨간 중국 오성기를 달고 배 모양도 낯설어 중국땅에 도착했음을 느낄수 있었다.
한국에는 호우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기상을 봤는데
다행히 중국은 비는 그친 것 같았다.

동항부두에서 단동시내로 들어오는 길은 포장과 비포장이 어울러져 중앙선이 없을
정도로 정비가 안 된 상태이고 건물도 아파트라고 하기엔 어색하고,
5~7층짜리 빌라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외 건물들은 붉은 벽돌로 지은 농가가 전부인 것 같았다.
건물 간판에는 글씨체나 바탕색에 빨간색이 대부분이었다.

등소평이 단동을 개방하면서 아직은 개발 단계에 있지만
우리나라 80년대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단동시내로 들어오면서 높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대부분 주상복합건물이다.
높던, 낮던 1층은 상가로 짓고 있었다.
이곳의 소비층이 조선족이거나 북한 주민이기 때문에 간판이 한문과 한글로 되어있었다.
도박문화가 발달한 곳이기는 하지만, 거리마다 옹기종기 모여서 카드놀이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

* 압록강 유람
압록강을 사이로 중국과 북한이 경계하고 있고, 6.25때 폭격으로 단교된 사회책에서나
보았던 압록강 단교를 볼수 있었다.
강건너 신의주 북한 땅에서는 북한 군인들이 빨래와 목욕을 하고 있었고,
몇몇 주민들은 이상한 그물로 고기를 잡고 있었다.
8년전만 해도 단동주민들이 신의주로 넘어가 먹을 것을 구해 올 정도로
신의주가 잘 살았는데, 단동 개방이후 지금은 정 반대의 현상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밤이 되면 확연히 알 수 있단다.
신의주는 어둠의 도시이고, 단동은 호화 찬란한 도시가 되어 버리니...

위화도를 둘러보고, 만리장성의 시작점인 호산장성에 갔다.
호랑이 귀모양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북한의 의주가 한눈에 보이기도 하다.
호산장성 정상에서 중국땅 보다는 북한 땅에 관심이 더 많았다.
우리 민족이 사는 땅이라 그런 것 같았다.

* 일보화
중국과 북한 경계를 이루는 압록강의 최장거리는 1200미터인데 이곳은
일보만 가면 북한땅이고, 일보만 후퇴하면 중국땅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
실제로 북한의 의주와 작은 도랑을 사이에 두고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작은 나무배로 유람을 할 수 있는데,
북한 경비병이 있는곳 까지 가서 북한 군인과 얘기도 하고, 담배나 술을 던져주고
오기도 하는 코스인데 분단의 아픔을 새감 느낄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던져주면 바로 집어가나요? 자존심이 있지?
어두워지고 아무도 없을 때 일제히 수거해 간다는 후문이 있슴.

저녁식사를 야외에서 하고, 호텔로 들어왔다.
2인 1실을 사용토록 되어 있는데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5명이 어울려
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미리 정보를 알아보고 갔는데 50위엔을 달라고 해서 결국 30위엔씩 주고
전신 마사지를 받았는데 마사지 실력은 영 아니였다.
마사지를 받고 단동시내를 둘러 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호프 한잔씩 할 만한 곳을 찾아봤는데 거리에서 꼬치구이를 하는 노점상인이
몇몇 보이지만 음식이 불결하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말이 통해야 음식을 시키지? 이거야 원~
손짓발짓으로 겨우 음식을 시켰다. 나의 탁월한 바디랭귀지라고 ㅎㅎㅎㅎ
중국 동북아쪽은 그래도 우리 입맛에 가까웠다.
북한 주민들과 보따리 상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보니 우리 입맛에 맞게 향료를
적게 쓴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에 와 보니까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개방되어 있고,
우리가 행동하듯 자유분방 했다.
대륙의 기질과 민족성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이해하고
받아 드려야 할 부분이다.

5/7(일)
아침식사는 호텔 23층에서 뷔페식으로 했다.
특별히 한국에서 준비해 온 찹쌀밥에 많은 음식이 있었는데 많이 먹지 못했다.
행사장인 개발구 광장에는 많은 인파들로 가득했다.
처음 열리는 대회라 호기심이 많은 듯 했고, 역시 학생들을 많이 동원한 듯했다.
출발전에 풍선을 날리지 않고 평화를 상징하는 비들기를 날렸다.

중국측은 대국이 소국한테 지면 안된다고 엘리트 선수들을 공수해 왔다.
대부분 20대 체육학교 학생들이었고, 우리는 40대 조금 맛이간 선수들이었다.
중국 사람들은 이해를 못한다.
왜? 건강을 위해서 달리는지? 생활체육이 뭔지?
그저 대회라면 올림픽이니 아시안게임같이 경쟁만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중국측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더 부각 될까봐 염려를 많이 했다고 한다.
1,2,3위는 중국선수가 해야한다!
유니폼도 돋보이는 것은 안된다! 둥....
대륙적인 기질을 유감없이 보였다고 한다.

우리는 미리 카메라를 옆구리에 차고 즐런 하기로 했다.
주로 옆에는 시 당국에서 2000명을 동원하여 군데 군데 배치해 놓았는데
대회가 진행될수록 시민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아서 당국자들도 놀랄 정도 였단다.
아마도 단동시장이 승진할 수도 있는 대단한 성과 였다는 후문을 들었다.
응원하는 사람중에는 북한 주민들도 섞여 있었다.

그동안 단동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곱지 않았다.
단동에 들어온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경제사범등 범죄자의 피신처로 알려졌고,
그래서 한인회도 대우를 받지 못한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대회를 통하여 우리가 보여준 작은 행동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기업들이 단동에서 사업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또한,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돈 있다고 과시만 하지 말고,
좋은 이미지를 남겼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오늘이 중국에서는 3대 명절중의 하나인 5.1절의 마지막 날이다(5/1~5/7)
그래서 그런지 식당 곳곳에 결혼식 피로연이 많았고, 도로가 차로 가득했다.
중국에서 부의 상징은 결혼식때 “아우디V8”이 몇 대가 오느냐로 판단하고 별도의
결혼식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호텔이나 큰 술집,일반 음식점등 능력에 맞게 한다고 하니
돈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수 있겠습니까?
.
.
.
점심식사는 중국식으로 했다.
식당도 어마 어마하게 크다.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중국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인천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자 마자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술판이 벌어졌다.
배가 가는지 마는지 아랑곳 하지 않고...
얼굴 뻔뻔하고 넉살 좋기로 소문난(?) 나도 어느새 다른 일행과 어울렸다.
맥주 몇캔으로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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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안녕하세요? 노준환 선생님, 에스앤비투어의 권은현입니다.

압록강마라톤 후기를 보니 많은 것을 저또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리며 다음에 또 뵐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광명인님의 댓글

광명인 작성일

준환씨 반가요.저 룸메이트 안아무갭 니다^^*여행기를 읽노라니 잠시나마 함께한 즐거움과 웃음이 마치 비디오 테이프 턴것마냥 저에게도 생생하게 다시금 비쳐 옵니다,,健康하게 走路에서 또 만납시더~~힘!!

참가자님의 댓글

참가자 작성일

압록강 마라톤대회 너무도 즐겁고 뜻깊은 대회라 회자됩니다. 잘읽고 갑니다. 다음에도 좋은 마라톤대회에서 다시만나길 바라고 s&b에서도 앞으로 좋은 마라톤대회 기획을 바랍니다.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부족함이 많은 대회였습니다. 미비점을 보완하여 내년에 다시 모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참가범위, 코스, 시기, 대회운영등등 전체적으로 정비하여 미리미리 고지하겠습니다. 또한 의미있고 독특한 대회를 개발하여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하오며 저의 S&B TOUR 키워주십시오. 보답하겠습니다.

김수남님의 댓글

김수남 작성일

우연히 인천 여객실에서 만납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들을 잘 정리하여 글로 써주시고 좋은 추억의 마라톤투어가 되었습니다. 다음에 한번 뵈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