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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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동경마라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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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병준 댓글 2건 조회 20,296회 작성일 17-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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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동경마라톤


해외 마라톤 투어에 흥미를 느껴 일본, 중국, 유럽 등 여러 나라 대회들을 뛰다 보니 세계 6대 메이저 대회에 구미가 당겨 올해에는 동경마라톤과 보스톤마라톤에 출사표를 던졌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과 가까운 거리에 비해 동경마라톤 대회가 무척 비쌌지만 메이저 대회라는 타이틀 때문에 망설이다 신청을 했다.

전국에서 모인 일행들과 함께 인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23일 오후 4시30분 김해공항을 출발하여 인천공항 근처 운서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 날 7시 S&B 이대표님과 장부장님을 비롯한 15명의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동경으로 향한다.
이번 일행들 중에는 풀코스 300, 400, 600회 이상을 완주하신 분들이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통 클럽들 중 100회 완주한 회원이 한두 명 있을 정도인데....
그 분들의 평소 건강관리에 대한 노력과 그렇게 뛸 수 있는 체력이 한없이 부럽다.

우리 일행을 태운 대한항공 비행기가 2시간 30분 정도 지나 동경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1984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후 2009년 대마도 마라톤에 참가하였고,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중국은 열 번을 넘게 방문했지만 일본은 역사적 악연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갈등 때문에 자주 방문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간드러진 말투와 과잉 친절 역시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의 속성을 보는 것 같아 좋지 못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 라는 표현이 우리와 일본의 관계를 잘 대변해 준다고 생각한다.

동경 시내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도쿄역 근처 결승점에서 골인 후 동선 및 미팅 장소를 확인했다. 그 다음 엑스포장에서 배번을 픽업하고 도쿄마라톤을 홍보하는 여러 부스들과 매장들을 둘러본 후 야경이 멋진 강가의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도쿄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하코네 국립공원 관광에 나섰다. 지옥계곡으로 들어서니 과연 곳곳에서 아직도 엄청난 수증기를 내뿜으며 살아있음을 과시하는 활화산의 모습을 배경으로 몇 컷하고, 한 개 먹으면 7년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검은 계란 맛도 보고 식사 후 발길을 아시호수 방향으로 돌린다.
아직 유람선 시간이 여유가 있어 근처에 있는 삼나무 숲 산책에 나섰다. 수령이 400년이 넘는다는 삼나무 고목들이 울창하게 들어서서 산책하는 이방인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해 준다.

해적선 모양의 유람선을 타고 아시호수 관광에 나섰다. 이른 봄이라 앙상한 나무들로 주위가 좀 삭막하다. 새순이 돋고 꽃이 피면 맑은 호수와 어우러져 아름다우리라 짐작된다.
중국이나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워낙 아름다운 호수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온천으로 피로를 푼 후 동경으로 귀환하는데 동경 역시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동경 역시 서울이나 북경처럼 인구가 천만 명이 넘으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시간이 지체되어 차를 타고 가면서 도쿄도청 근처의 출발점을 확인하고 숙소로 향했다.

마라톤이나 여행 후 항상 기행문을 쓰기 때문에 숙소에서 주최 측이 배부한 지도를 펼쳐놓고, 장부장님의 설명을 되새기며 코스와 중요지점, 볼거리 등을 점검하고 숙지하여 내일 뛰면서 확인해 볼 생각이다.
도쿄도청을 출발하여 리다바시, 니혼바시, 아사쿠사, 긴자, 히비야를 거쳐 도쿄역 근처에 골인하는 이번 코스는 크게 열십자 형태로 반환점을 3곳이나 만들어 반대편에서 달리는 주자들을 보면서 달릴 수 있어 지루함을 없애고, 동경 명소들을 두루 거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또한, 올해부터는 결승점을 번화가인 도쿄역과 황거 근처로 바꾸어 작년까지 결승점 가까이에 있었던 오르막을 없애 초보자도 쉽게 완주할 수 있는 코스라 한다.

드디어 세계 6대 메이저 동경마라톤 대회일 아침이 밝았다.
모닝콜이 울리기도 전에 잠이 깨어 발바닥과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무릎에 정성껏 테이핑을 하면서 무사완주를 기원했다. 이른 식사를 마치고 호텔 로비에서 풀코스 주자 12명이 기념사진을 한 컷 하면서 파이팅을 외쳤다.
주최 측이 마련한 셔틀버스로 출발점에 도착하니 벌써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화창하면서도 약간 쌀쌀한 날씨로 달리기에 너무나 좋은 날씨다. 오늘 동경을 두 발로 뛰면서 명소들을 제대로 구경해 볼 작정이다. 워낙 참가자가 많은 탓에 여러 개의 게이트로 나누어 주자들을 입장시키는데, 우리 일행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다섯 곳의 게이트로 갈라졌다.
금속탐지기로 한 사람씩 꼼꼼하게 점검을 한 뒤 입장을 시키는 모습이 마치 공항의 입국장을 연상시킨다. 요즈음 세계 곳곳에 테러가 발생하니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 생각된다. 표지판을 따라 G그룹의 물품보관 트럭을 찾아 물품을 맡기고 이대표님과 출발선으로 향한다.

아직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확실히 비우고 출발하고자 공원에 마련된 간이화장실을 찾아 줄을 섰는데 두 줄로 늘어선 줄이 꾸불꾸불 돌아 500m는 될 것 같다. 꽤 빨리 줄어드는 것 같아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렸으나 갈수록 속도가 늦어지더니 출발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내 차례가 되어 겨우 볼일을 보고 허겁지겁 출발선으로 들어갔다. 자칫했으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이렇게 많은 참가자를 위해 출발선 부근에 좀 더 많은 화장실을 마련했어야 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길가에서 실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여기는 한 명도 없다. 주위가 워낙 깨끗하고 자원봉사자와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노상방뇨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잠시 후 출발 총성이 울리고 거대한 인파의 물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룹간의 시차 없이 밀어내기 식으로 출발하는데 10분쯤 지나서 우리 그룹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 클럽 구호 ‘출발하면 들어온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출발점의 매트를 힘차게 밟는다. 도쿄도청을 벗어나자 양쪽 도로변의 시민들 환호가 엄청나다. ‘간바레!’ ‘화이또!’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5Km를 조금 지나 맛집들이 많다는 ‘리다바시’ 지역을 통과하고 오늘의 결승점이 위치한 동경역과 ‘황거’(천왕의 거처로 조선시대에는 ‘에도’라 불림)가 지척인 10Km지점 ‘니혼바시’를 통과하여 좌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여기까지 완만한 내리막으로 저절로 가는 느낌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편에서 엘리트 선두 주자들이 달려온다. 벌써 1,2차 반환점을 통과하여 달려오는 모양인데 흑인 네 명이 앞서고 조금 뒤에 두 명이 뒤따르고 있는데 이건 사람이 아니라 흑마가 뛰는 것 같다. 한참 뒤에 일본 선수들을 포함한 동양 선수들 모습이 보인다. 이제 마라톤의 주도권은 완전히 아프리카로 넘어갔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주로 옆에는 군악대 연주와 일본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요란하게 북을 치면서 응원하는 무리도 있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나 관중들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한마당이다. 우리도 이런 응원문화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동아마라톤에서 종종 길을 막았다고 경찰과 실랑이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잘 정돈된 주로와 넓은 도로에 차 한 대 보이지 않는 완벽한 교통통제, 시민들의 열렬한 응원, 이런 여러 가지 사실들이 동경마라톤을 메이저 대회로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14Km지나 아사쿠사 지역으로 접어든다. 정면 도로 끝에 고풍스러운 기와지붕이 보인다. 이곳이 유명한 ‘센소지’ 사찰이다. ‘센소지’ 사찰은 7세기 무렵에 지어진 도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찰로 전쟁으로 소실되었다가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했다고 한다.
또한, 아사쿠사는 우리나라의 서울 명동과 비슷한 전통거리로 쇼핑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15Km를 지나 1차 반환점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니 디지털 방송 송신 역할을 하는 ‘스카이 트리’ 라고 하는 전파탑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전파탑이 관광객들에게는 꽤 인기가 있다고 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 1Km 정도 달리다 좌측으로 방향을 바꿔 ‘스미다’강을 넘고 동경박물관 앞을 통과하여 2차 반환점을 돌아 하프 지점을 통과한다.

10Km 정도의 거리를 들어갔다 다시 나와 ‘아사쿠사’로 가던 길 반대 방향으로 25Km 지점에서 좌측으로 동경역 가까이 있는 10Km 지점 반대편으로 뛰면서 유명한 긴자 거리로 접어든다.
여기까지도 약간의 굴곡은 있지만 대부분 평지인데다 노면상태가 우리나라 도로보다 부드럽고 잘 정돈되어 있어 뛰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다. 그냥 인파속에 묻혀 도쿄 구경이나 하면서 물 흐르듯 가면 끝이 있게 마련이다.
긴자 거리는 도쿄 최대의 번화가로 곳곳에 명품 샵들과 백화점, 쇼핑센터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주로 양쪽에 펼쳐지는 화려한 거리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젖어 본다. 또, 길가에서 펼쳐지는 앙증맞고 귀여운 유치원생들의 율동을 구경하면서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한다.

30Km를 넘어서자 무릎 부상으로 장거리 연습을 제대로 못한 탓으로 종아리에 경련 신호가 온다. 속도를 더욱 늦추고 응원하는 관중들에게 하이파이브로 화답도 하고 길가에서 들려주는 섹소폰 공연을 위안 삼아 더딘 발걸음을 옮긴다.
급수대마다 이온 음료나 물을 자주 마신 탓인지 볼일을 보라는 신호가 감지된다. 코스가 시내이고 응원하는 많은 인파로 볼일 볼 장소가 없다. 화장실 안내판은 자주 보였는데 대부분 주로에서 1Km이상 떨어진 곳으로 표시되어 있으니 화장실 때문에 왕복 2Km를 더 뛰기는 싫고 다급한 상황은 아니라서 참고 달린다.
메이저 대회로서 주자들을 배려한다면 5Km마다 주로 가까이에 간이화장실을 마련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숙소(시나가와 프린스 호텔) 근처에 있는 35Km 지점의 3차 반환점을 돌아 한참을 뛰다보니 좌측에 ‘조조지’사찰의 기와지붕이 보인다. 주로 주변에만 몇 개의 사찰이 있는 것을 보니 신사문화가 발달한 일본에도 불교신자들이 많은 것 같다.

40Km 지점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정말 반갑다. 오늘의 숙제도 2.195Km만 더 가면 끝이 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아울러 부상으로 걱정을 했던 무릎이 견디어 준 것이 더없이 고맙다.
야외 음악당과 도서관 공회당을 갖춘 도쿄 시민들의 휴식처 히비야 공원을 좌측에 두고 잘 정돈된 나카도리 거리를 마지막 힘을 모아 힘차게 달려 좌측으로 꺾어드니 드디어 결승점이 보인다.
다른 대회와는 달리 도로 양쪽에 큰 기둥을 세워 결승점을 표시하고 있다.

결승점의 매트를 밟는 순간 두 팔을 높이 들고 벅찬 감격의 순간을 맛본다. 마라톤은 바로 이런 결승점의 환희를 맛보기 위해 장시간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리라.
일본의 수도 구석구석을 내 두 발로 콱콱 밟으면서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이 정말 통쾌하다.
결승점을 배경으로 사진 몇 컷을 찍고 자원봉사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이번 동경마라톤의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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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마라톤 투어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 주신 S&B 이대표님과 장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양산마라톤 클럽 고문 황 병 준-

<대회개요>
일시 : 2017년 2월 26일
출발 : 9시 10분
제한시간 : 7시간 (단, 중간에 컷 오프 시간이 있어 현저히 늦을 경우 회수차에 태움)
코스 및 주로상태 : 완만한 내리막과 평지. 주로 상태가 부드럽고 잘 정돈되어 있음.
출발지점 : 도쿄도청
골인지점 : 도쿄역과 황거 근처
참가비 : 2만엔 (22만원)
참가인원 : 풀코스-36000명, 10Km-500명(풀코스 추첨 경쟁률이 10:1이 넘음)
급수 및 간식 : 5Km 지점부터 매 2.5Km마다 이온음료와 물. 후반부에 간식 배치.
장점 :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한 안내와 매끄러운 행사 진행, 열렬한 응원, 주로 주변의 다양한 공연. 깨끗한 주로와 부드럽고 말끔한 노면 상태. 오르막이 거의 없는 코스. 급수대마다 컵 수거용기 비치. 안전에 대한 조치.
단점 : 패키지로 묶여 있어 전체 경비가 너무 비쌈. 출발점과 주로 가까이에 간이화장실 부족. (출발 전에 여유를 가지고 용변처리를 해야 함)
추천0

댓글목록

이인효님의 댓글

이인효 작성일

안녕하세요 회장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또 주로에서 뵙겠습니다.

이인효 올림

황병준님의 댓글

황병준 작성일

이대표님 덕분에 동경마라톤 잘 뛰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좋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부장님의 해박한 설명으로 더욱 멋진 여행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