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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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타이페이마라톤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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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태훈 댓글 2건 조회 18,486회 작성일 10-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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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순쯤인가 합천벚꽃마라톤 대회본부측으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해외대회 참가자 추첨에 당첨 되었다면서 참가 할 수 있느냐고...
정말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합천 마라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떡하니 내이름과 또 다른 분의 이름이 올라 있다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시간을 보내며 나름대로 준비도 했다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12/18...
출국날 일찍 합천 인솔자 분에게서 어디쯤 오느냐며 확인 전화가 온다
감사하다
인천 공항에서 합천 임 창무 본부장님과 계장님 그리고 멀리 강원도에서 오신 만도 동호회팀,
개별 참가자 이렇게 37명이 모두가 만나 에스엔비 투어 백철 팀장님의 인솔로
아시아나 항공 711 편으로 타이페이로 향한다
2시간 30여분후에 타이페이 공항에 도착하여 드디어 마라톤 투어가 시작된다
첫 날은 대만 애국지사및 장병들의 영령을 모신 충렬사와 국립고궁 박물관을 관광하고
저녁을 먹은 후 내일을 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대회 출발 시간이 7시라 내일 4시에 일어나 밥먹고 대회장으로 출발 하여야 한단다
(대만이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음)

허이그~~~

대회 날 아침,
날씨는 좋다
일찍 서둔다고 해서 시청 후문쪽에 도착하여 대회장인 시청 앞쪽으로 가니
벌써 많은 인파가 운집해 있다
아니 소변을 보아야 겠는데 화장실 전용 차량 3대 달랑 세워놓고 볼일을 보란다
줄이 끝이 없다
몸을 풀지도 못하고 볼일 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놈의 줄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구세주는 있는 법...
같이 오신 분이 기다리지 말고 뒤쪽으로 기서 실례하잔다
혼자서는 자신이 없더니만 둘이 되니 히히...
몸도 풀지 못하고 출발선으로 가는데 어디가 풀 출발선인지 알 수가 없다
실례를 무릅쓰고 대구 류호씨와 앞쪽으로 계속 나가 5번째 쯤 서서 보니 사방으로
하프. 9km(10km가 없음) 주자가 쫙 늘어 서 있다
순간 줄을 잘 못 섰는지...
간간히 풀도 몇 사람 보이는 걸 보니 우리나라처럼 차례로 뛰는게 아니고
뒤범벅이 되어 같이 뛰는 모양이다
참 휘안한 동네네...
정각 7시 엘리트가 먼저 뛰고 3분후에 마스터즈가 이윽고 출발한다

0 km ~ 7km : 28`42"

우~ 하고 뛰어 나가는데 정신이 없다
하프, 9km가 같이 뛰니 이거 원 정신이 없고 페이스가 어떤지도 모르겠다
이리 저리 빠지면서 뛰다가 언뜻 보니 1km 표시가 있어 랩을 보니 3분이 체 안된다
이건 거리 표시가 잘못 되었다 생각하고 조금 페이스를 늦추어 본다
도저히 옆 사람과 보조를 마출 수가 없다
전부 하프 9키로 주자이니...
풀 주자가 보이지를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평소 내 페이스로 뛰자 싶어 그냥 달리기로 한다
길 양 옆으로 가로수가 너무 멋지다
몇 키로 쯤인지는 모르지만 같이 참가한 하프 고수 전 **님이 치고 나가고
곧 이어 창원 위아 김 ** 님도 치고 나가신다
두 분은 이번에 하프를 뛰신다 (하프 50대 1위 .3위)
나도 사실 하프 신청 하였다가 대만까지 가는데 풀 한 번 뛰어 보자 하고 바꾸었다
5km는 놓치고 7km 지점에서 랩을 찍으니 그런데로 내 페이스가 나오는 것 같다
무리 하지 말자고 다짐 하면서...

7km ~ 10 km : 11`53" /40`36"

9km 주자들과 갈리고 보니 조금 주로가 정돈이 되는 것 같다
8km 쯤에서 여자 하프 고수이신 하 **님을 만난다 (여자 하프 50대 1등)
추월을 하면서 힘을 전해 드리고 내 나름의 페이스로 그냥 죽 밀고 나간다
간간히 주로에서 봉사 하는 여학생들과 하아파이브까지 하는 만용(?)을 부리면서...
주로는 완벽히 통제 되었고 그냥 평탄한 주로다
어제 구경 하였던 충렬사 앞을 지나 앞서가는 외국인 하프 주자 뒤에 바짝 다가서 뛰면서
현재의 내 몸 상태를 생각해 본다
그런데로 호흡도 정상이고 별 힘든 느낌은 없다
후반에 쳐지지만 않으면 sub-3가 가능 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10 km ~15 km : 20`36"/1:01:13

주자간의 간격이 많이 늘어지고 일렬로 죽 늘어 섰다
아직까지는 풀 주자와 하프 주자가 같은 주로에서 달리고 있다
배번과 같이 나누어 받은 태극기를 가슴에 붙혔는데 오늘은 밥값해야겠다
물을 공급 하는 곳에서는후반을 위하여 조금씩 물을 먹고 달린다
그런데 10 km 지점 거의 다 갔을때 부터 어느새 주자 한 분이 바짝 뒤에 붙어 따라 뛴다
언뜻 보니 푸른 유니폼이 대만 사람 같은데 뒤 돌아 보기가 싫다
젊은 대만 엘리트 친구들의 유니폼이 푸른색 이길레 무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동반주 하자 싶다
날 추월도 하지 않고 계속 바짝 붙으며 트래핑을 하는데 신경이 자꾸만 쓰인다

15km ~ 20 km : 20"43" / 1:21:56

17km 지점쯤에서 부터 하프 주자와는 길이 갈렸고 조금 더 가니
이젠 고가도로로 올라가는 완만한 경사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여기서 부터 40km까지가 계속 고가도로 위만 달리게 되어 주위 풍경을 보기 힘들다)
경사가 끝나는 고가도로 지점에서 물을 공급한다
여기도 우리나라와 같이 바나나도 있고...
그런데 이온 음료는 없네
다시 목을 추기고 열씸히 달린다
1차 반환점을 향하여 앞선 주자의 뒷 모습만 보고...
앞 주자와 200m쯤 떨어 졌나보다
뒤에서는 계속 붙어 오는 주자는 나를 추월을 하지 않는다
신경이 쓰여 페이스를 조금 올리면 자기도 올리고 늦추면 따라 같이 늦춘다
뭔 일이레...
그래 같이 뜁시다
날씨도 좋은데...

20 km ~ 21km : 4`01" / 1:25:58

일부러 하프 랩 타임을 찍어 보았다
1km 페이스도 알겸 해서...
뒷 사람 신경이 쓰여 조금 땡겼다 싶더니 조금 빨라 졌다
별 힘은 안들지만 이제 반 왔는데 후반이 걱정이다
전번 경주 동아와 통영 마라톤 에서 후반에 완전히 죽을 쑤었길레...
에구 자꾸만 힘든 일만 생각나니 페이스를 올릴 수가 없다
걱정도 되고...
그져 sub-3만 하게 하여 주옵소서

21km ~ 42 km : 1:28:42 / 2:54:41

어느정도 페이스도 안정 되었고 현 페이스만 유지 하면 되겠다 싶어 이후에는
랩 체크를 하지 않기로 하고 그냥 달리는 데만 신경 쓰기로 했다
1차 반환점을 돌아 나오는데 보니 여기도 역시 흑인 선수들이 모두 선두 권이다
잘들 달린다
어떤 배번이 엘리트 배번이고 마스터즈 배번인지 알 수가 없다
나름대로 세어보니 추측컨데 마스터즈로는 15위권쯤 되지않나싶다
허허 내가 이렇게 잘 뛰나?
28km 지점 쯤에서 하프 후미 주자들과 엉키기 시작한다
17km쯤에서 갈렸던 하프주자들이 이젠 돌아가는 풀 주자들과 엉키기 시작 한 것이다
양 편으로 갈라 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
2차 반환점으로 가는 30km 지점 고가도로 상판으로 오르는 길이 오르막이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다
30km 지점에서 엘리트 선두 주자를 만나고 한참 뒤에 여자 엘리트 선두권을 만난다
역시 흑인이다
35km를 통과 할즈음 돌아오는 반대편 마스터즈 한 분이 자꾸만 날 쳐다본다
어찌보면 한국인 같기도 하고 가슴에 태극기 때문인가?
2차 반환점인 36km 지점을 통과 하면서 이제 부터 힘들겠구나 생각하면서
지니고 있던 마지막 카보샷을 쭉 짜서는 입으로 밀어 넣고 다시 생각한다
이제 부터는 정신력이다
38km지점에서 하프 후미 주자들과 다시 많나는데 이건 완전히...
주로 전체가 하프 주자들이고 피해 뛰느라 정신이 없다
40km 지점에서 물을 집어 나오다 하프 주자와 몸이 부딪혀 잠깐 주춤하는 사이
뒤따라 오던 주자가 추월을 한다
이건 아니잖아...
비로소 얼굴을 보게 되었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게 비슷한 연배 같다
에라 모르겠다
마지막 스퍼트다
그 분을 추월하고 지하도로 들어 서면서 몇 몇 주자들을 더 추월 한다
이젠 다들 한게에 다다렀는지 걷는 주자가 나오고 날 쳐다 보던 주자도 걷고 있다
초반의 오버페이스가 후반에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기에 동정심 마져 든다
뒤따라 오던 주자는 이제 발자욱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고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하자 싶다
힘은 들지만 후반에 쳐지지 않고 스퍼트가 된다는게 기분 좋다
얼마 남지 않은 거리에서 앞선 주자를 추월 한다는 이 기분은...
더디어 결승선 아치가 보인다
결승선까지 최선을 다했고 결승점에 도착한 주자들에게 커다란 타월을 쒸어 준다
이미 도착한 우리 일행들과 같이간 집사람의 환영을 받으며 오늘 대만에서의
마라톤 여정을 마무리 한다 (공식기록 : 2:54:32 /50대 연대별 1위)

결승선에서 기다려 주신 합천 임 본부장님과 계장님, 그리고 에스엔비 투어 백철 팀장님께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좋은 마라톤 여행 이었습니다
그리고 3박 4일동안 내내 같이 여행하신 합천 홍보단 여러분`
만도 마라톤 동호회 여러분
또한 개별 참가 하신 분들께도 감사 드리며
기쁜 성탄 맞으시고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내년에도 건강 하시기를 빌면서 합천에서 뵙겠습니다

<추신: 뒤 따라 오던 주자는 일본인 이었고 나이는 62세였습니다>

부산 가톨릭 마라톤 박 태훈 드림
추천0

댓글목록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해외대회에서 입상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셨기를 바라며 또 뵙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얀미소님의 댓글

하얀미소 작성일

대단하십니다

넘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