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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이 부처인 줄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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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달사 댓글 0건 조회 7,368회 작성일 1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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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이 부처인 줄을 모르고.


부처를 구한다고 해서 부처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부처가 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이 있다고 하는데,
그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멀리도 가고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사람들,
부처가 곁에 있어도 부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향해
지눌은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슬프다. 지금 사람들은 미혹해 온 지 오래 되었으므로, 제 마음이 바로 부처임을 알지 못하고, 제 성性이 바로 참 法임을 알지 못하여 법을 구하려 하면서도 멀리 성인들에게 미루고, 부처를 구하려 하면서도 제 마음을 보지 못한다. 그리하여 만일 마음 밖에 부처가 있다고 하고, 성 밖에 법이 있다고 하여, 이 소견을 고집하면서 부처의 도를 구하려 한다면, 어찌 할 것인가?

많은 것이 지나도록 몸을 사루고 팔을 태우며, 뼈를 깨뜨려 골수를 내고 피를 짜서 경전을 베끼며, 언제나 앉아 눕지 않으며, 하루에 밥을 한 번만 묘시卯時에 먹으며, 나아가서는 대장경을 전부 다 읽고, 갖가지 고행을 닦더라도, 그것은 모래를 삶아 밥을 지으려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다만 수고만 더할 뿐이다.“

지눌의<수심결修心訣>에 실린 글이다.
내 마음 속에 부처가 있다고
선지자들은 말하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디 마음에만 있겠는가?
그래서 동학을 창시한 수운 선생의 말은 울림이 크다.

“사람뿐이 천주를 모셨으랴. 천지만물이 시천주侍天主 아님이 없나니,
그러므로 사람이 다른 물건을 먹음은 곧 이천식천以天食天이니라.
제군은 한 생물이라도 무고히 해하지 말라.
이는 천주를 상함이니, 대자대비하여 조화의 길에 순응하라.”
<천도교 창건사> 제 2편에 실린 글이다.

시천주라는 말은 말 그대로 풀이하면 ‘하느님을 모신다.’는 뜻이고
모두가 다 하느님이고, ‘부처’이기 때문에 모셔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만물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이라는 말뜻에 숨은
깊은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에 조선 후기에 김구선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동학으로 입교했을 것이다.

“내가 공손히 절을 한즉, 그도 공손히 맞절을 하기로 나는 황공하여 내 성명과 문벌을 말하고 내가 비록 성관成冠을 하였더라도 양반 댁 서방님인 주인의 맞절을 받을 수 없거늘, 하물며 편발 아이에게 이런 대우가 과도한 것을 말하였다. 그랬더니 선비는 감동한 빛을 보이면서, 그는 동학도인이라 선생의 훈계를 지켜 빈부귀천에 차별이 없고, 누구나 평등으로 대접하는 것이니 미안해 할 것 없다고 말하고 내가 찾아온 뜻을 물었다.....

하느님을 모시고 하늘의 도를 행하는 것이 가장 요긴한 일일뿐더러 상놈 된 한이 골수에 사무친 나로서는 동학의 평등주의가 더할 수 없이 고마웠고,....“

백범 김구선생의 <뱀범일지>에 실린 글이다.
빈부귀천의 차이가 없는 평등세상을 만들겠다고 일어섰던 동학농민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뒤 김구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 맥을 이어서 활동했었다.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에 조금 씩 조금씩 다가갔지만
아직도 그들이 갈구했던 세상은 멀기만 하다. 이상향,
즉 유토피아는 없는 것이라는데, 과연 그러한 세상은 오기는 올 것인가?

갑오년 이월 초나흘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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