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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 마라톤 그 꿈의 무대에 서다 작성자 : 황병준
작성일 : 2017/05/08 94: 조회수 : 203
보스톤 마라톤 그 꿈의 무대에 서다


누구나 뛰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뛸 수 없는 보스톤 마라톤!
드디어 그토록 열망하던 꿈의 무대에 서는 날이다. 보스톤 대회는 다른 대회와는 달리 월요일에 열린다. 4월 셋째 주 월요일은 미국 애국자의 날(Patriot‘s Day)인데 미국 독립혁명의 계기가 된 날로 메사추세츠주 공휴일이다.
모닝콜이 울리기도 전에 잠이 깨어 오늘 결전에 대한 준비를 한다. 오늘도 끝까지 잘 견디어 달라고 두 다리에게 부탁을 하고 정성스럽게 양산마라톤 로고가 새겨진 런닝셔츠에 배번호를 달고 발바닥과 무릎에 테이핑을 한다.

아침 7시 호텔식에 약밥을 겸하여 든든히 먹고 관광버스로 20여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출발장소까지 갈 수 있는 셔틀버스를 타는 곳에서 내려 간단한 점검을 받은 후 그리 멀지 않은 출발지점까지 노란색 스쿨버스로 이동한다.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테러사건이 발생한 이후 보안이 강화되어 주최측이 지정한 지점에서부터는 일반인들과 모든 차량이 통제되고 참가자들만 노란색 스쿨버스로 출발지점까지 실어 나른다. 보스톤 지역 스쿨버스는 다 모인 듯 엄청나게 많은 스쿨버스가 2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다.
뛸 때 필요한 간단한 물품만 허용되고 물품 보관소도 결승점에만 운용되는 관계로 날씨가 추울 때는 많이 불편할 것 같다. 우리는 모든 물품을 관광버스에 두고 뛰는 복장으로 스쿨버스를 타고 출발장소로 이동한다.
보스톤 마라톤 코스도 아테네 마라톤처럼 도시 외곽에서 도심지로 뛰도록 설계되어 있다.

드디어 도착한 아담한 시골마을 Hopkinton!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21년 전통의 보스톤마라톤 출발지라니....
어제 출발지를 둘러볼 때도 너무나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3만 명이나 되는 인파가 출발하는 장소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좁은 2차선의 도로가 출발선이다. 우리나라 어느 마라톤 대회의 출발지보다 초라해 보인다.
인파를 따라 집결지로 들어서자 벌써 운동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참가자들이 운집해 있다. 우리 그룹이 출발할 시간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아 있다. 양마 삼인방은 대회 분위기를 살펴볼 겸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본다.

세계 100여 개국의 달림이들이 참가하다 보니 인종도 언어도 다양하여 그야말로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우리처럼 돌아다니는 사람, 일행들끼리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아예 자리를 깔고 누운 사람, 엎드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등등....
이 사람들이 정말 얼마 후면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각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세계적인 축제를 즐기고 있다. 카메라맨들은 참가자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기에 분주한데 우리 일행에게도 포즈를 취해주기를 권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몇 컷 찍고....
곳곳에 파워젤, 음료수, 과일 등 아침부터 풍성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으나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후라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아테네, 동경, 베를린 등 세계 유명대회를 여러 번 참가해 봤지만 여기처럼 즐겁고 여유가 넘치는 곳은 없었다. 역시 세계 최고의 대회가 틀림없다.

출발하기 전에 완전히 비우기 위해 화장실을 찾는데 정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큰 운동장 벽 한 면을 온통 간이화장실로 만들어 놓았다. 수십 개의 줄이 늘어서 있지만 워낙 많은 화장실 설치로 5분 정도 기다리면 만사 OK.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일본 동경마라톤에서 화장실 때문에 굉장한 불편을 겪은 터라 같은 메이저 대회라도 격이 다르게 느껴진다. 동경마라톤 관계자들이 좀 본받아야 할 것 같다.
위에 한 개의 운동장이 더 있는데 여기도 만원이다.

얼마 후 운동장 입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Wave별로 start line까지 가는 Gate를 열어 Wave1부터 입장시키면서 기록이 늦은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을 귀신같이 잡아낸다.
보스톤 마라톤은 기록에 따라 크게 4개의 Wave(Red, White, Blue, Yellow)로 나누고 다시 Wave마다 8개의 Corral로 나누어 2개의 Corral을 동시에 출발시키고 있다. Wave별로는 10분에서 20분의 시차를 두고 Corrol별로는 5분의 시차를 두고 출발시키고 있다. 앞조에서 뒷조로 뛰는 것은 허용되나 뒷조에서 앞조로 뛰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것이 3만 인파가 좁은 2차선 주로에서 출발해도 전혀 막힘이 없는 보스톤 마라톤의 비법이다.

우리 세 사람은 Wave3(Blue) 6,7코럴로 갈라졌는데 7코럴에서 같이 뛰기로 했다. 우리 조 차례가 되어 Gate를 통과하여 세계 각국의 달림이들과 출발선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좌우의 숲에서는 이제 막 새순들이 돋아나고 있어 더운 날씨에 그늘이 되어주지 못해 아쉽다.

드디어 우리 조 출발 시간이다.
Hopkinton 마을 주민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면서 인파의 물결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날씨가 화창하고 기온이 20도가 넘어 벌써 더위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오늘 레이스가 무척 힘들 것 같다. 특히, 더위에 약한 체질이라 더욱 걱정이 된다.
주로는 숲속이라 더없이 상쾌하다. 철저하게 기록에 따라 많은 조로 나누어 시차를 두고 출발하기 때문에 2차선이라도 전혀 막힘이 없다. 내가 참가한 어느 대회보다도 흐름이 순조롭다. 과연 보스톤이다.
더구나 이 주로는 옛날 독립전쟁 당시 독립군이 행군했던 역사적인 주로라니 더욱 의미가 깊다.

세 사람이 힘차게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여 페이스를 맞추어 달린다. 초반이 내리막이라 오버 페이스를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3Km 정도의 숲길을 지나 속도를 조절하면서 숨을 고르는데 더운 날씨로 벌써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여기까지는 주로 좌우가 숲으로 인가가 별로 없었는데 3Km를 지나자 자그마한 마을이 나타나고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기 집 앞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며 신나게 응원하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주로 양쪽이 응원하는 인파들로 이어져 갈수록 열기가 더해진다.
작은 시골 마을 앞에는 어린아이부터 학생들, 노인들까지 수많은 주민들이 여러 가지 문구를 적은 종이를 들고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각종 악기로 참가자들의 힘과 흥을 돋우거나 음료수, 간식을 제공하는 등 열렬히 응원을 한다.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될 열기를 느낀다. 조그만 불편을 참지 못하고 통제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부 서울 시민들의 의식과 비교된다.

7Km쯤 주로변의 인가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주민 몇 명이 어찌할 바를 몰라 분주히 움직인다. 화재가 발생한 모양인데 정말 큰일이다. 대회 중이라 소방차가 들어오지도 못할 텐데.... 정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10Km 까지는 1Km 마다 거리표시판이 보였지만 그 다음부터는 5Km마다 표시되어 있어 Km에 익숙한 우리는 좀 답답함을 느낀다. 할 수 없이 마일로 거리 추정을 바꾸니 꽤 괜찮은 것 같다. 1마일마다 거리를 표시해 놓았고 급수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2.5Km마다 설치되어 있는 다른 대회보다 급수대가 더 많아 오늘같이 더운 날은 더 좋다.

그런데 10Km쯤 뛰면 몸이 풀려서 좀 가뿐해져야 하는데 몸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낀다. “아차! 이것이 바로 시차 때문이구나! 큰일이다.” 낮과 밤이 바뀐 시차와 14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과 도착하자 바로 관광을 했기 때문에 제대로 컨디션을 조절할 시간이 없었다.
어제 같은 경우 오전에 하버드와 MIT공대 두 곳만 관광을 하고 오후에는 쉬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시작에 불과한데 크고 작은 언덕이 반복되는 보스톤의 주로와 남은 거리를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뿐이다.

10Km에서 15Km지점까지는 평탄한 코스로 이어지다가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급수대에서 게토레이와 물로 갈증을 달래고 17Km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숨을 고른다. 20Km를 넘어서자 고음의 여성들 함성이 들려온다. 그 유명한 웨슬리 여대생들의 응원 함성이다. 과연 듣던 대로 “Kiss Me!”를 적은 피켓을 들고 주로 양쪽에서 열렬히 응원을 한다.
같이 뛰는 사람들 중 키스를 하는 사람은 없고 우리를 포함한 많은 주자들이 손을 내민 여대생들에게 하이파이브로 답례를 한다. 여학생들의 응원행렬이 족히 1Km는 될 것 같다. 어찌나 응원 함성이 대단한지 귀가 먹먹할 정도다. 젊은 여학생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때문인지 지쳐가는 몸에 활력이 도는 것 같다. 정말 이런 풍경은 어느 대회에서도 볼 수 없는 선물이다.

웨슬리 여대생들의 함성을 뒤로하고 하프 지점을 넘어서자 종아리 경련 신호가 감지된다. “아뿔사! 정말 큰일이다. 이제 겨우 반쯤 왔는데...” 풀코스 50회 이상을 뛰면서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완주를 걱정해야 될 지경이다. 더운 날씨 때문에 음료수와 물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비우라는 신호도 온다.
주로 옆 간이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잠시 스트레칭을 하니 훨씬 낫다. 이제부터는 더욱 속도를 늦춰 주위 풍광을 즐기면서 천천히 뛰고 급수대에서는 속보로 걸을 생각이다. 내가 볼일을 보러 간 사이 먼저 간 두 사람도 지쳤는지 2Km정도 가서 내가 다시 따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가 뒤로 처진다. 부상당한 다리가 완쾌되지 못한 탓이리라. 할 수 없이 송고문님과 둘이서 보조를 맞추어 뛸 수밖에.....

27Km 지점의 energy zone에서 파워젤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꽤 긴 언덕 두 개를 넘고 다시 긴 언덕을 만난다. 그 유명한 Heart break hill(심장파열 언덕)이다. Heart break hill은 20마일부터 21마일 지점에 있는 약 0.4마일의 오르막으로 체력이 거의 소진된 지점에 있어 런너들에게는 공포의 언덕으로 알려져 있다. 20마일 지점에서 목을 축이고 천천히 속보 수준으로 언덕을 오르는데도 종아리에 다시 경련 신호가 온다.
겨우 언덕을 넘으니 다시 엄청난 함성! 이번에는 보스톤 대학생들의 응원 함성이다. 웨슬리 여대생 못지않게 대단하다. 보스톤 대회는 다른 대회와는 달리 참가자나 응원하는 시민들 중 여자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이번에도 열띤 응원에 대한 보답으로 열심히 하이파이브를 한다.

더운 날씨에 열기를 식히라고 주최측에서 샤워터널을 몇 곳에 설치해 놓았다. 주로변에 있는 일반 가정에서도 호스로 주자들에게 물을 뿌려 주고 있다.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 마음으로 손을 흔들고 모자를 벗고 시원한 물을 맞으니 열기가 좀 식는 것 같다.

시내로 접어들어 낮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있는 거리를 계속 달린다. 엄청나게 많은 관중들이 운집해 있고 응원의 열기가 더욱 뜨겁다. “Go, Go!!” “You can do it”의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열정적으로 응원을 한다. 하이파이브로 답례하고 지나는데 여자 교민 한 분이 우리를 보고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치면서 열렬한 응원을 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다.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고 고행을 계속한다.

시내를 한참 달리고 있는데 횡단보도에서 진행요원들이 긴 줄로 주로 절반을 막고 화살표로 주자들을 한쪽으로 유도한다. 그 사이 행인들을 도로 가운데 직사각형 속에 모아놓고 이번에는 반대쪽을 막고 조금 전에 막은 길을 틔워 주자들을 유도하고, 그 사이 도로 가운데 있는 행인들이 길을 건너게 한다. 간단하면서도 주자나 행인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 기발한 방법이다.
보스톤 마라톤 121년의 노하우 중 하나가 아닐까? 나도 마라톤 대회에서 몇 번이나 길을 건너는 행인과 부딪칠 뻔한 적이 있다. 다른 대회에서 본받았으면 좋겠다.

체력이 거의 고갈된 지친 몸을 이끌고 힘겹게 40Km지점을 통과한다. 도로 중앙에 그어 놓은 파란 유도선을 따라 우회전을 하여 배번호 픽업을 위해 들렀던 컨벤션 센터를 지나서 좌회전하니 직선 도로 저 멀리 보일스턴 타운의 반가운 결승점이 보인다. 결승점이 보이자 체력이 전부 고갈되었는데 어디에 힘이 남아 있었는지 나도 모르게 남은 거리를 힘차게 달려 골인!!!

피니쉬 라인을 밟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에 젖는다.
왔노라! 뛰었노라! 완주했노라!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힘겹게 완주하고 보니 오늘 완주가 더욱 값지다. 메달을 걸어주는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면서 대망의 보스톤 마라톤의 막을 내린다.





<대회개요>
일시 : 2017년 4월 17일(월) 10시~11시 15분 출발
출발 및 골인지점 : Hopkinton & Boylston
참가자격 및 제한시간 : 연령대별 기준기록 통과자 및 6시간
참가비 : $250
참가자 : 30,159명 신청, 99개국 27,302명 참가, 26,492명 완주.(97.03%)
코스난이도 : 크고 작은 언덕이 이어지는 난이도가 높은 코스.
장점 : 자유분방하고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 물 흐르듯이 진행되며, 주자들의 표정에 여유와 행복감이 넘침.
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열렬한 응원이 특히 인상적임.
화장실, 급수대 운영, 샤워터널, 횡단보도에서의 주자와 행인 배려 등 주최측의 운영 능력이 돋보이는 세계 최고의 대회.
단점 : 물품보관소를 골인지점에 배치하여 물품을 맡기고 출발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 (동아 마라톤처럼 출발점에서 골인점까지 물품 이동 서비스가 없음)
'조성훈'의 한마디 안녕하세요 회장님!
생생한 마라톤후기 감사드립니다.
또 주로에서 뵙겠습니다.
2017/05/08 96:
'이인효'의 한마디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2017/05/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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