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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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회 보스톤마라톤대회(S&B제3기) 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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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종 댓글 1건 조회 12,980회 작성일 08-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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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 출발 1주일전
기다리던 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독립군이 아닌이상 클럽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신고 글을 올리니 많은 회원님들의 부러움과 격려가 쏟아진다. 더구나 혼자가 아니고 세명이나 참가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서 노~란 클럽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달리면서 수마클의 위상을 알리는데 큰 몫을 할 것이라고 자찬하면서...

출발 1일전
어제 미리 짐을 다 챙겨놓았기 때문에 목요훈련에 나가 일일이 악수하며 최종 인사를 했다.윤우필님과 최영락님은 오늘은 바쁜지 안보인다.

대회출발일
작년에 북경갈때 새벽에 부산스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먼길을 간다고 손성훈님이 공항까지 직접 모시러 오겠다고 해서 다소 여유가 있다.집 앞까지 와서 태워가니 너무 편하고 고맙다. 이 은혜를 언젠가는 갚아야지...

공항에 도착하니 몇몇분이 와계시고 에스엔비여행사의 양찬우이사님,권은현 실장님이 인원체크를 한다.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 그 새 우리는 밖으로 나가 출발 기념사진을 찍었다.티켓을 받고 짐을 맡기고 비행기에 오르니 이제 실감이 난다. 잘 뛰어야 될-텐-데~~~

인천~나리타~미네아폴리스~뉴욕까지 3번이나 갈아타며 장장 20시간이 넘는 여행을 하니 피로가 몰려온다. 하지만 뉴욕에 내려 이국 땅을 밟고 야경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하지만 어딜가도 사람 사는데는 다 마찬가지인것 같다.

클럽회원이고 동갑인 윤우필님과 한방을 쓰게되어 맘이 더 편한것 같다. 에스엔비여행사 측에서 가능한 함께 오신 분들께는 배려를 했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다.

대회2일전
오늘은 뉴욕시내 관광이다.세계경제를 주름잡는 맨해튼을 돌아보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9.11사태때 뽀사져 버린 쌍동이 빌딩 자리에 다시 새 빌딩을 세우기 위해 공사중인 장면을 보니 당시의 처참했던 광경이 몸서리쳐 온다.

뉴욕하면 자유의여신상을 떠올리게 되는데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가서 보니 어마어마한 크기에 앞도당하는 느낌이다. 뉴욕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꿈에 그리던 보스톤으로 이동한다. 밤9시경 도착하니 호텔의 야경이 너무 아름답다. 장시간의 여행에도 불구하고 별 피로를 못느끼는듯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었고 추억을 담기위해 너도나도 사진찍기에 바쁘다.

대회1일전
내일 대회가 있으니 워밍업을 한단다. 6시10분에 모여 가볍게 조깅을 하는데 3주 동안 아팠던 발 앞굼치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 내일 완주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식사를 마치고 엑스포장으로 이동.우리나라와는 달리 보스톤대회는 대회 전날 배번과 칩,공식 티셔츠를 준다고 하여 엑스포장으로 이동한다.엑스포장을 돌아보니 정말 마라톤 용품이란 용품은 전부 옮겨 놓은듯 하다.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데도 곳곳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질서 정연하게 물결치듯 움직인다. 배번을 받고나니 정말 실감이 난다. 내일이 바로 그날이다. 이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다시 한컷 박았다.

부산했던 엑스포장을 뒤로하고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공부하는 MIT공대와 하버드대학을 견학했다.
거의 천재들만 모인다는.... 그 만큼 이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다고 한다. 미국처럼 학맥,인맥을 중시하는 나라도 별로 없을거란다. 하버드 법대에는 요즘 대통령에 출마한 "힐러리"라는 팻말도 붙어있다.
MIT공대에는 한때 대우그룹 회장이셨던 김우중회장과 부인의 사진이 놓여있다.그 유명한 대학에 한국인의 족적을 남기셨으니 대단한 인물이었던것 같다.

유명 대학을 살핀 후 뉴발란스 아울렛 매장을 찾았다. 잘찾아 보면 한국에서 보다 훨씬 싼 가격에 운동화를 살수 있다고 해서 눈을 까 뒤집고 보물찾기에 나섰다. 이것 저것 신어보며 맞는 것을 고르니 2켤레에 6만원 슬리퍼도 1만원에 구입했다. 아마 한국에서 샀으면 20만원은 줘야 했을듯 하니 횡재한 느낌이다. 가방 큰것으로 가져오길 잘했다.
대회전 마지막 잠자리에 드니 내일의 대회가 정말 기다려진다. 하지만 통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내심 좌불안석.
무릎과 고관절 테이핑을 하고 발에는 파스와 생약성분의 물약을 떡칠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후 잠자리에 든다.

대회날
드디어 대회날이다.식사를 마치고 대회장으로 출발하려하니 전날과는 판이하게 먹구름도 끼고 바람도 불며 춥기까지하다.발 상태도 안좋은데 날씨까지! 추위에는 다소 약한 나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레이스가 될것 같아 걱정이 된다. 세명이서 나란히 섭4하면서 즐거운 레이스를 하기로 작전을짰는데...

스쿨버스를 임대해서 사람도 이동하고 짐을 맡기도록 되어 있는게 참 이채로운 광경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 신호에 맞춰 착착 움직이는 것을 보며 역시! 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드디어 출발!
아침의 우중충 했던 날씨가 출발 5분을 남겨두고 일시에 개이면서 새파란 하늘이 열리며 마치 우리를 축복하듯이 밝은 햇살을 내민다. 오~! 신이시여!....
출발신호 및 환호성과 함께 첫 발을 내 딛는다.발 걸음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제법 가볍다. 연도에는 수많은 인파가 손을 흔들며 화이팅을 외쳐댄다.

10키로 지점까지 아주 경쾌한 발걸음으로 연도에 나와있는 관객들에게 일일이 손을 마주치며 코리아!하며 즐겁게 레이스를 펼쳤다. 말로만 듣던 축제의 현장이었다.
20키로지점까지도 곳곳에 나와 있는 관객들의 응원에 답례하며 별 무리없이 소화했다.드디어 웨슬리 대학의 여대생들이 "KISS ME!"를 외치며 제발 자기에게 기회를 달라고 한다. 모든 체면을 팽개치고 원없이 뽀뽀를 한다. 너무 속들여다 보일것 같아 7명만 전격 선발(?)하여 사진도 박고 생애 최고의 시간을 맞는다. 모두의 얼굴은 대박 맞은 풍선 모양이다. 그 행복한 시간을 어찌 잊으리....

시간 가는줄 모르고 행복한 시간을 뒤로하며 서서히 우려했던 발 앞꿈치가 열을 받으면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한다(마누라가 시샘한 건가?). 아뿔싸! 올것이 오고 마는구나...
30키로 지점까지 세사람은 완전히 환호하는 인파에 취해 술 주정뱅이 저리가라다. 연도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환호와 온갖 먹을 것들의 유혹과 거의 1키로마다 갈증을 풀어줄 음료와 물이 즐비하다.교민들은 유니폼에 붙은 태극기를 보고 연신 대~한-민-국!을 외치고 우리는 너무 고마워 무조건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댔다.
세명이 함께 달리다 보니 사진은 원없이 찍는다.
더구나 우리 셋은 노~란 유니폼을 입어서 더욱 눈에 잘 띄었고 모두가 우리만 쳐다보는것 같았다.
30키로에 접어들면서 통증은 더해가고 도저히 섭4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는 수 없이 먼저 두분을 보내드리고 외로운 투쟁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마라톤 하면서 이런 고통은 없었는데 하필 보스톤에 와서 이런일이...

그 통증은 설상가상 다리로 전이되면서 움직이기가 힘들어진다. 거의 한달간 훈련을 못한 결과가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그래도 연도에서 환호하는 관중을 보며 걷지는 말아야지 하며 이를 악문다.
40키로 다가오니 100미터가 1키로 같다. 이제 더이상 뛸힘 조차 없고 한쪽켠에 덥석 주저앉아 밀려오는 통증을 달래기 위해 스트레칭과 맛사지로 5분 정도를 쉬고나니 다시 힘이 생긴다.
이제 마지막 1키로 남았다. 수많은 관중에 둘러쌓여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그동안 힘들었던 고통의 여정이 순식간에 없어지며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10미터 5미터 1미터 드디어 Finish Line을 밟았다.

결코 만족스러운 기록은 아니었지만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제112회 보스톤마라톤 대회 완주기록(4:26:07
)을 남기며 그렇게 막을 내렸다.
완주 후에도 주자들이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보호하고자 보스톤 로고가 박힌 은박 비닐덮개를 일일이 씌워주고 신발끈도 풀어주며 메달도 정성껏 걸어주는 모습을 보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보스톤 대회가 왜 그토록 마라토너에게 꿈의 대회로 기억되는지 확실히 체험하였다.

시민들의 열광적인 응원 소리가 지금도 쟁쟁하게 들려온다.

이번 대회에 철저한 준비로 출발부터 귀국까지 전혀 불편없이 즐겁게 마라톤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신 에스엔비여행사에 고마움을 표하며,수마클 회원님들도 가능하면 기회를 만들어 보스톤대회에 참가 해 보시길 적극 권합니다.

두서없는 글 오래동안 보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감사합니다.

제112회 보스톤 대회 완주기를 마치며 이은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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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고통을 이겨내고 보스톤 마라톤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저희또한 뉴욕과 보스톤의 맑고 시원한 날씨처럼 즐거운 마라톤 여행이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뵙겠습니다. 즐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