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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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마라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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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병준 댓글 1건 조회 12,843회 작성일 1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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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마라톤 여행
양산마라톤클럽 회장 황 병 준

작년부터 양산마라톤 클럽 단체 해외마라톤 대회에 해마다 참가하기로 의견을 모아 대마도를 시작으로 올해는 일찍부터 북경마라톤 참가를 추진하면서도 해외대회인 관계로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았으나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10월 23일 11시 우리를 태운 버스는 김해공항을 향하여 힘차게 해외 마라톤 여행의 시동을 걸었다. 회원들의 얼굴에는 해외여행의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공항에 도착하여 백철 가이드 미팅 후 출국수속을 마치고 19명의 마라톤여행 원정단은 아시아나 항공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 상공을 비행할 때만 해도 날씨가 쾌청하여 고도를 높여도 지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중국 땅에 접어들자 흐린 날씨와 스모그로 인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뿌연 안개뿐이다. 역시 우리의 맑은 가을 날씨가 최고라는 느낌이 든다.

2시간 정도 지나 비행기는 베이징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먼저 인천 국제공항의 약 3배에 달하는 공항의 규모에 놀랐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입구까지 모노레일을 타고도 한참 가야하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현지 박범호 가이드 미팅 후 버스에 몸을 싣고 중국기예단의 써커스 공연을 보기 위해 북경시내 중심부로 향했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북경 시내의 즐비한 빌딩들을 보면서 올림픽이후 중국이 엄청나게 발전했음을 실감한다. 흐린 날씨와 스모그로 도로 주변의 풍경만 겨우 볼 정도라 실로 안타깝다.

써커스 공연장 앞은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인다. 자국인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눈에 띈다. 북한, 러시아와 더불어 써커스의 왕국이라 그런지 공연의 수준이 매우 높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절묘한 기예를 감상하면서 새삼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증이 일어난다.
공중에 걸린 약간 늘어진 외줄 위에서 그네를 타듯이 묘기를 부리는 모습에서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지 신기할 따름이다. 특히, 마지막 하이라이트 오토바이 묘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함에 말문이 막힌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본 적이 있지만 중국에서 보니 새삼스럽다. 큰 원통속에서 오토바이 다섯 대가 서로 교차하면서 부리는 묘기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기예의 최고난도 기술이라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써커스 관람 후 중국의 명동이라 불리는 왕부정(王府井)거리로 향했다. 옛날 왕부의 우물이 있었던 곳이라고 왕부정라 하는데 북경의 가장 번화가라 한다. 현대식 빌딩들이 즐비하고 백화점, 쇼핑센터 등 호화로운 상가들이 즐비한 모습이 명동에 버금간다.
그런데 골목으로 접어들자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진동하고 각양각색의 작은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발 디딜 틈없이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큰 길가와 너무 다른 모습이 재미있다. 특히, 꼬치구이가 유명한데 여러 육류고기는 물론 애벌레, 번데기, 메추리, 살아있는 전갈 등 온갖 곤충이나 벌레를 꼬치에 꿰어 구워서 팔고 있다. 우리는 징그러워 도저히 구미가 당기지 않는데 잘도 먹고 있다. 중국인들은 정말 못 먹는 것이 없다는 묘한 생각이 든다.

대충 둘러보고 기념촬영 후 저녁식사 장소인 북경 오리구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북경 오리구이가 유명하다고 여러 번 들은 터라 기대를 했지만 한국 오리 불고기보다 입에 맞지 않았다. 아마 특이한 향신료 사용과 기름에 튀기는 요리방법 때문이라 짐작된다.
호텔로 돌아와 잠자리에 드니 내일의 대회에 대한 여러 가지 상념으로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풀코스 완주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아는데다 내일은 비까지 예보된 상태라 마음이 착잡하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모닝콜이 울리기도 전에 잠을 깨어 대회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테이핑을 하며 풀코스에 대비한 준비를 마치고 아침 식사 후 대회 출발지인 천안문 광장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오늘의 대회가 순탄치 않음을 예감하고 걱정이 앞선다. 다른 회원들도 나와 같은 심정인지 어제의 밝은 표정과는 완전히 다르다.

천안문 광장에 도착하니 빗방울은 더욱 굵어지고 날씨 탓인지 7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초저녁처럼 사방이 어둑어둑하다. 참가자가 삼만 명이 넘는 탓에 그 넓은 천안문 광장이 인산인해로 초만원이다. 양마 응원단과 잠시 이별하고 풀코스 집결지로 이동하여 기념촬영 후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우리 유니폼의 한글을 보고 한국사람임을 알아챈 중국 젊은 남녀 한 쌍의 요청으로 같이 기념촬영을 하니 한국의 높아진 위상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국내에서 양팔 없는 마라토너로 널리 알려진 김황태씨가 찾아와 인사를 한다. 양팔이 없으면서도 사지 멀쩡한 사람들도 하기 어려운 Sub-3주자이니 정말 놀랍다. 먼 이국땅 대회장에서 뜻밖에 만나니 매우 반갑다. 국내 대회에서는 항상 부인이 급수대에서 뒷바라지를 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혼자서 해결한다고 하니 무척이나 놀랍다. 김황태씨의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8시 드디어 출발! 천안문 광장을 메운 수많은 인파가 썰물 빠지듯이 내리는 빗속을 헤치며 서서히 빠져 나간다. 너무나도 엄청난 인파에 말문이 막힌다. 국내 메이저 대회에 여러 번 참석을 했지만, 국내대회보다 참가자가 만 명이나 많은 삼만 이천 명이 한꺼번에 출발을 하니 14차선의 천안문 앞 도로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속도를 내 볼 요량으로 추월할 공간을 찾기 위해 몇 번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막혀 힘만 낭비할 뿐 허사였다.

답답한 마음을 억누르고 뛰면서 중국의 국제대회 진행 방식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대회처럼 기록순으로 출발시키지는 못할망정 아무리 길이 넓어도 모든 코스 참가자를 한꺼번에 출발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더구나 출발지점에서는 앞에 서든 뒤에 서든 무조건 건타임으로 기록을 채크하니 맨 뒤에서 출발한다면 10분 이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중간보다 약간 앞에서 출발했는데 시계 기록보다 2분 정도 기록이 늦었다. 더 웃기는 것은 풀코스만 칩으로 기록을 측정하고 하프나 10Km는 자기 자신이 골인지점 시계를 보고 기록을 적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규모만 컸지 우리나라 소규모 대회에도 못 미치는 대회 운영수준이다. 할 수 없이 길이 뚫리면 가속을 하기로 마음먹고 인파의 물결에 몸을 맡겼다.

5Km 지점에서 기록을 채크해 보니 국내대회보다 4분이나 늦은 28분 41초였다. 그런데도 길은 뚫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비바람은 점점 더 세지면서 도로 곳곳은 물웅덩이로 변하여 수중마라톤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맞바람이 치니 모자가 날아갈 지경이라 손으로 잡고 뛰면서 오늘의 계획을 전면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초 계획은 3시간 35분 이내를 일차 목표로 하고 컨디션이 괜찮으면 3시간 20분대 진입을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이러한 나의 꿈은 허망하게 날아가고 이런 주로 상황과 악천후 속에서 완주하는 것만도 큰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 위로 하면서 달렸다.

10Km를 지나도 날씨나 도로사정이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평소기록보다 7분 이상 늦게 통과하면서 마라톤 관광으로 모드를 전환하여 중국의 심장부 북경의 풍광을 두 발로 뛰면서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국의 정취를 음미할 수 있는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우중임에도 길가의 많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열렬한 응원을 한다. 손을 흔들어 감사의 표시를 하면서, 하프를 평소보다 10분 이상 늦게 통과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북경의 가을 경치를 감상하다보니 어느새 저 멀리 올림픽 경기장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 너무나 힘든 마지막 4Km 정도 남은 거리를 힘차게 달려도 별 무리가 없다.

북경 올림픽 경기장의 트랙을 기분 좋게 돌고 골인! 악천후 속에서의 북경 마라톤 풀코스 완주! 3시간 53분 57초! 풀코스 20번째 완주! 실망스런 기록이지만 그래도 Sub-4는 했다. 말도 안 통하는 대회관계자들에게 손짓 몸짓으로 칩을 반납하고 기록증을 찾아 덜덜 떨면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직행했다.

시간도 오후 2시가 다 되어가고, 아침을 호텔식으로 대충 먹고 악천후 속에서 풀코스를 뛰어서 그런지 배가 몹시 고픈데 식당으로 가는 버스는 자주 가다 서다를 반복하여 더욱 지치게 한다. 비교적 도로 상태가 양호한 북경도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차창 너머로 그리 넓지 않은 북경 유일의 강이 보인다. 강이라기보다는 천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폭이 양산 영대천보다 훨씬 좁다. 이것이 그 유명한 경항대운하의 한 부분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에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본다.

북쪽의 북경에서 남쪽의 항주까지 이어진 총 길이 1794Km, 605년 수나라 양제가 연인원 1억 5000만 명을 동원하여 6년에 걸쳐 일부를 완성했으며, 전체 개통은 원나라 때(1293)이니 700년에 걸친 대역사로 수나라 멸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 세계에서 가장 긴 인공운하로, 중국의 남북 교통 및 물류 운송에 지대한 역할을 해 왔다. 오로지 사람의 힘만으로 상상하기 힘든 대역사를 완성한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백성들의 희생이 있었을까 생각하니 물속에 원혼들이 아우성을 치는 것 같은 상상이 든다.

배가 무척 고프던 차에 한인식당에 도착하여 맛있는 삼겹살에다 도수가 높은(56%) 중국술을 한 잔 하니 그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연달아 몇 잔을 마시니 기분이 정말 좋다. 삼겹살이 국내산보다 더 부드럽고 맛도 좋으며, 술의 천국 중국답게 그 맛이 기가 찬다. 마라톤도 끝난지라 공허한 뱃속을 가득 채우고 서태후의 여름별장 이화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9세기 청나라 말 몰락한 관리의 딸로 태어나 황제는 아니지만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47년간이나 청나라를 통치한 철의 여인 서태후, 권력욕에 사로잡혀 자식마저 희생시킨 비정의 여인, 사치와 향락을 탐하여 청일전쟁 중에도 군자금을 빼돌려 치장한 자신만의 거처 이화원은 사치의 극단적인 예로 오늘날 손꼽히는 중국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출입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맑은 물로 가득 찬 넓은 호수가 펼쳐지고 나지막한 산이 호수를 감싸고 있다. 호수 저편에는 돌로 만든 아치형의 다리가 놓여있고 아담한 정자도 그림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넓은 호수를 인공으로 만들고 그 흙으로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만들었다니 그 발상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결국 이러한 사치와 향락으로 청나라와 종말을 같이 한 서태후를 상상하면서 서태후가 거닐었던 회랑을 걸어본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북경여행의 기본코스인 발맛사지를 받아보니 녹초가 된 발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젊은 맛사지사들과 손짓과 표정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웃어본다.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 반했다는 젊은이들의 손짓과 표정에서 거센 한류열풍을 실감한다.

오늘의 마지막 여정, 마라톤 완주파티가 열리는 북한식당 삼송각에 들어서니 그리 넓지 않은 내부가 깨끗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완주파티는 에스앤비 투어에서 북경마라톤 대회 한국 참가자들의 완주를 위한 파티로 세 팀 8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북한 아가씨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이다. 음식과 술맛이 좋은데다 미모의 북한 아가씨들의 접대를 받다보니 모두가 싱글벙글이다. 양마 회장인 덕분에 참가자 대표 인사 한마디하고 몇 잔의 술을 마시니 피로가 싹 가시고 기분이 만땅이다.
접대를 하던 아가씨들이 멋진 한복차림으로 공연을 하는데 수준급이다. 빼어난 미모에 조금은 가식이 섞인 간드러진 목소리로 일일이 악수를 청하면서 노래를 하니 참가자들 전원이 흥에 겨워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른다. 南男北女라는 말이 실감난다.
호텔에 도착하니 쌍쌍이 자기 방으로 가는데 유일하게 싱글로 참가한 영호 회원의 표정에서 알콜이 모자란다는 메시지를 간파하고, 둘이서 식당에 안주감이 될 만한 요리를 찾아보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지라 메뉴판의 한자를 해석하여 주문하니 다행히 입맛에 맞는 요리였다. 용성 회원을 불러 애주가 셋이서 중국 독주를 자정이 넘게 거하게 마셨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아침 일찍 울리는 모닝콜 소리에 한참 뒤척이다 일어나니 어제 늦게까지 먹은 술 탓인지 갈증이 심하다. 짐을 챙겨 식사를 마치고 만리장성을 향하여 버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차장 밖으로 멀리 산등성이에 길게 이어진 만리장성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45도가 넘을 것 같은 가파른 산등성이에 저런 성을 쌓는다는 그 자체가 불가사의이며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임에 틀림없다.

중국 역대 왕조가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한 만리장성은 그 길이가 2700Km 이고 중간에 갈라져 나온 지선까지 합하면 5000-6000Km나 된다고 하며, 보통 진시황 때를 시초로 보지만 그보다 훨씬 전인 춘추시대부터 부분적으로 축조되었다고 한다. 통일왕조 진나라가 들어서면서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연결하고 증축한 것이라 한다.
안내 표지판에 한글로도 안내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은 거용관 장성으로 명나라 홍무 원년(1368년)에 축조를 시작하여 그 후 계속 수축하였는데 주변 길이가 4Km 정도이며 남북월성, 성루, 망루 등 완벽한 군사시설을 갖춘 곳으로 외국의 국가원수들도 찾는 유명한 곳으로 198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흙을 구워 만든 벽돌을 재료로 벽을 쌓고 바닥에 깔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는지 군데군데 바닥이 패어 있다.
급경사를 힘겹게 둘째 망루까지 오르니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차다. 어제 풀코스 완주의 후유증으로 내려가는 길은 더욱 힘들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망루에서 가쁜 숨을 고르면서 맞은편 산등성이에 이어진 장성을 바라보면서 인간 능력의 무한함에 새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산에 있는 나무 숫자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장성 축조로 죽어갔으며, 죽은 사람의 시신을 그대로 성을 축조할 때 같이 묻어 버렸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소름이 돋는다. 장성에 얽힌 여러 가지 비극적인 일화를 들으면서 잠깐 조는 사이 어느덧 북경 시내에 접어들었다.

잠시 차를 파는 가게에서 여러 종류의 차를 음미하고 다시 명.청시대 궁궐로 세계유산에 지정된 자금성으로 향한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후문인데 故宮博物院이라는 현판이 새겨져 있다. 현재 박물관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는 자금성은 명의 영락제 4년(1406)에 쌓기 시작하여 14년간 연인원 100만명이 동원되었으며, 세계 최대의 궁궐답게 규모가 경복궁의 2배가 넘는 72만 평방미터에 800여 채의 건물과 9999개의 방으로 배치되어 있고, 황제 주거구역인 내정과 정무 처리를 위한 구역 외조로 나뉘는데 전체 구조는 경복궁과 비슷하지만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특히, 중국 왕궁의 대표 건물로 과거 국가적인 중요 행사를 치렀던 태화전의 웅장한 위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 한다. 잦은 권력다툼으로 전쟁이 빈번하고 왕조가 자주 바뀐 탓인지 의심이 많아 자객들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궁궐안에는 나무가 없고 땅바닥에도 40여장의 벽돌을 겹쳐 쌓았다고 하니 황제들이 신변의 안전과 권력유지를 위해 매우 노심초사했음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일행은 바쁜 일정 때문에 走馬看山격으로 태화전과 내정만 대충 훑어볼 수밖에 없어 아쉽다.

황제만이 다닐 수 있었다는 오문의 가운데 문을 통과하면서 묘한 느낌이 든다. 서태후도 이문을 한 번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우리 양마 여성회원들이 출세했다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천안문을 지나 세계에서 가장 넓은 광장에 도착하여 어제 흐린 날씨와 대회에 대한 긴장감으로 제대로 보지 못한 천안문의 위용을 바라보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천안문 광장에서 인민회당, 모택동기념관, 전쟁기념관 등 거대한 현대식 건물들의 웅장한 모습들을 보면서 발길을 한인식당으로 옮겼다.

한인타운이라서 그런지 반가운 우리글로 쓴 간판들이 더러 눈에 띈다.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등 간판을 앞세운 우람한 고층빌딩에서 한국인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소고기, 양고기 샤브샤브에 중국 독주 몇 잔을 걸치니 오늘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2박 3일의 짧지만 알찬 마라톤 여행을 끝내면서 언제 또 북경의 올림픽 코스를 뛸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고 부산을 향해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멋진 마라톤여행을 위해 2박3일 동안 수고하신 에스앤비 투어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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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회장님! 실감나는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또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보다 더 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