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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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마라톤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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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종택 댓글 1건 조회 12,464회 작성일 10-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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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조정래씨가 지은 장편소설 태백산맥과 한강에 이어 내친김에 올 1월에 아리랑을 구입하여 읽고 있는데 이책은 구한말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갖은 만행으로 식민지를 만드는 과정과 이에 저항하는 우리민족의곡절된 삶을 줄거리로 하고있다. 작가의 말처럼 소설이긴 하지만 사실이 투영된 민족투쟁과 민초들의 저항의 역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진작에 못가 볼 곳은 아니었지만 가슴깊이 자리 잡은 야비하고 치졸하고 흉폭한 놈들이라는 인식을 아주 없애지를 못해 늘 꺼려왔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세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에 짧은 시간이나마 그들의 문화도 보고 더구나 동경시내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마음껏 달려 보리라는 생각에 클럽 회원 몇몇과 일정을 잡게 되었다

2010년 2월 27일(토)

새벽 여섯시에 미리 예약된 콜밴으로 원주로 향하였다.
제천에서는 일곱시 삼십분 차가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첫차라서 아홉시까지 도착하기가 어렵기 때문인데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 해외마라톤을 다니면서 몇 번 만난 유두위 형님과 몇 몇 아는 분들이 있다. 나리타 공항까지는 두 시간 남짓 걸렸고 동경시내로 들어온 우리 일행은 마라톤 엑스포장을 방문하였다. 마라톤과 관련된 의류와 운동화, 스포츠 음료, 기념품 등을 전시하고 판매하는데 사람들도 수 만 명은 됨직하고 양과 규모가 대단히 크고 종류도 엄청나게많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려는데 한국사람 일행이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사진을 부탁한다. 그들 중에 낯익은 반가운 얼굴이 있다. 4년 전인가 한 달 가까이 천안 소방학교에서 교육을 같이 받았던 룸메이트인 이도원씨다.
하루 교육이 끝나면 나는 의례히 운동복을 갈아입고 학교 주변을 한,두시간씩 뛰어 다녔는데 마라톤에 관심을 보인 그 친구를 살살 꼬드겼다. 그때부터 마라톤에 푹 빠진 그는 지난해 Sub-3를 달성했다고 한다. 저녁은 신주꾸의 MoMO Paradise 식당에서 쇠고기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다른 반찬은 거의 없다. 그래도 시장한데다 소주와 곁들이니 먹는 즐거움이 이만하면 되지 않겠는가.New City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TV를 켜니 며칠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경기를 계속 보여준다. 아마 연기를 비교분석 하는 것 같은데 결국 아사다 마오는 눈물을 흘린다.

2월 28일 (일)
모닝콜 소리에 아침 여섯시에 기상하였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더구나 바람까지 불고 춥고 으스스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같은 위도상에 있어 기온이 비슷하다.
호텔 뷔페식당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동경 도청 앞 대회장으로 이동하였다.
09:10에 출발이라 일행들과 도로변의 어느 건물 로비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라고 일행 중 누군가 귀뜸을 하여 준다. 비옷을 입은 채로 출발하였다. 도로에는 달리는 사람으로 인도에는 응원인파로 그야말로 사람이 산이고 바다다. 일본인들은 30만명이 신청하였는데 추첨을 하여 3만명만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통상 코스별로 나누어 출발시키는데 여기는 풀과 10km 구별 없이 한꺼번에 출발시킨다. 앞사람을 추월하기가 쉽지 않다. 인도에는 일본 전통 의상에 여러개의 대형 북을 쾅쾅 울리며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천천히 달리며 이것 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응원하는 사람들과 수백번의 하이파이브를 하며 여유있게 골인하였다. 온몸은 비와 땀으로 젖어 칙칙하지만 마음은 상쾌하다. 타올을 어깨에 덮어주는 사람, 스피드칩을 풀러주는 사람, 물을 주는 사람, 정성이 보인다. 그 중에는 70은 되어 보이는 노인들도 많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 노인들도 일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고용주도 당연시 한다니 우리나라도 앞으로 예외는 아닐 터 진행속도가 빠른것 처럼 연령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확대되어야 하겠다. 나의 스피드칩을 수거하기 위해 운동화의 끈을 풀러주던 노인이 가슴의 태극기를 보고는 엄지 손가락을 펴보이며 연신 김연아를 부른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하다. 골인한 주자들이 한차가 될 때 까지 도시락을 먹으며 기다렸다. 동경 주변은 물이 흔하다. 바다와 접해있는 동경만을 비롯해 강도 물이 많아 도시가 발전할 수 있는 자연구조를 잘 이루고 있다. 시간이 무료하여 동경만으로 짐작되는 곳의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전에 싱가폴 마라톤을 함께 참가했던 권오기씨를 만났다. 그때의 인연으로 작년 제천 알몸마라톤대회도 동료와 함께 참가해 주어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후 두시가 조금 넘어 숙소에 도착하였다. 샤워 후 여가도 즐길겸 일본인들이 자랑하는 동경 도청을 방문하였다. 47층 건물로 전망대가 있는데 특이한 것은 건물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고 1층에는 차량들이 통행할 수 있도록 도로가 뚫려있다. 동경의 높은 건물을 보면 사선 구조로 된 것이 많은데 채광과 통풍을 위하여 법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다른 건물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화창하게 갠 동경시는 북경이나 상해처럼 산이 거의 없고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상해가 해발 5m정도인데 동경은 바다와 연결된 동경만이 있으니 수도로 제격인 듯 하다. 전망대에는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있어 동경마라톤 기념 열쇠고리와 타올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2층에는 동경이나 주변을 쉽게 여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 맵을 많이 비치하여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숙소인 뉴시티 호텔로 돌아와 TV를 켰다. 남아메리카 칠레에서 지진이 발생한 모양이다. 적색과 황색으로 쓰나미의 피해 우려 지역을 표시해서 계속 방송을 하고 있고 다른 스포츠 채널에서는 오늘 개최된 동경마라톤에 대하여 그것도 등록 선수가 아닌 일반선수들과 연애인의 달리는 모습을 계속하여 방영하고 있어 우리나라 동아마라톤이나 춘천마라톤이 등록선수 위주로 촬영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저녁식사는 완주기념으로 대화축산이라는 식당에서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구워 먹었다. 우리의 삼겹살 구이와 비슷한 형태인데 화덕위에 작은 돌을 달구고 그 위에 석쇠를 놓아 원하는 고기를 구워먹는 것인데 소주와 곁들이니 먹을 만 하였고 더구나 완주한 후라 홀가분한 마음이기에 여기저기서 `위하여`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가 보기에 일본 음식문화는 한마디로 얕은맛과 간소한 식단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김치나 된장찌개처럼 충분히 발효되고 익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소금에 절여서 먹고 살짝 끓여먹는 형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15% 정도로 골초가 많다는데도 생선을 많이 먹고 소식을 하여서 폐암환자가 많지 않다고 한다. 저녁 식사 후 내친김에 신주꾸 거리로 나가 보았다.지하철도 타 보고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중심가 오거리의 X자 교차로도 건너 보았다.

3월 1일 (월)

오늘은 하코네로 이동하여 아시노 호수에서 유람선도 타고 유황온천수가 샘솟는 오와쿠다니 계곡을 보는 날이다. 이동하는 도중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면세점에 들렀다. 며칠 있으면 결혼할 딸과 지인들에게 선물할 물건을 몇가지 사가지고 나오는데 로비에서 일행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도원씨를 재차 만났다. 조금은 나이가 드신 대전에서 윤병태 외과병원을 운영한다는 분을 소개시켜 주었는데 통성명을 하다 보니 일가로 대부님이 되신다.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코네로 가는 도중 몇 개의 터널을 지나갔는데 차량화재에 대비해 포소화전과 소화기가 벽면에 잘 정리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버스 우측 창문 너머로 눈이 덮인 높은산이 보인다. 후지산으로 놓이가 3776m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준다. 저 산을 두바퀴 도는 풀코스 마라톤대회가 있는데 꼭 한번 참석해 보라고 옆 좌석의 선배가 자세히 일러준다. 도로 주변 산에는 울창한 삼나무 숲이 끝없이 조성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건너온 나무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에 정책적으로 조림을 했다고 한다. 가이드는 정로환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는데 묘한 뜻이 있다. 러일전쟁 당시 물을 갈아먹은 일본 병사들이 설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복할 정자와 이슬로 그리고 구슬환을 쓰며 로자는 러시아를 뜻한다고 하니 러시아를 정복하는데 필요한 약이라고 해석을 해도 됨직하다. 화산에 의해 만들어진 아시노호수에 도착하여 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달걀을 채썰은 것과 너덧가지의 반찬으로 비벼서 먹는 것인데 단순하다. 우리나라의 비빔밥 그것도 산채 비빔밥이면 나물만 해도 예닐곱 종류에다 콩나물도 넣고 고추장 한술에 참기름 두어방울 떨구어 썩썩 비벼 먹으면 와우~ 이것이 먹는 즐거움 아니겠는가. 확실히 먹거리는 우리것이 색깔도 화려하고 풍성하며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식당 바로 옆에는 조그만 기념품 가게가 있다.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들렸는데 어릴때 친구 형이 만들어 신고 다녀 희한하다고 생각했던 게다가 있다.
1300엔에 구입하였다. 지난번 내몽골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가 언덕위에서 열린 임시 난전에서 팔던 책과 몽골인들의 생활용품을 사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이젠 가는 나라마다 그나라의 특색있는 물건을 구입하고자 결심하였는데 귀한것이 아니면 어떠랴. 찬바람이 몹시 부는 날씨지만 호수가로 걸음을 옮겼다. 나무로 데크를 만들어 놓은 끝머리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 추운 날씨에 물고기와의 씨름을 꽤나 좋아하는 광적인 조사임이 틀림없으리라 생각하고 있는데 서서히 줄을 감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몇 발 자국씩 옮겨 다니기도 하고 줄을 풀렀다 이내 용을 쓰며 다시 감기도 한다. 마치 악단의 지휘자처럼 몹시 심하게 몸을 움직인다. 대어라도 걸린 모양이다. 구경꾼들도 호기심으로 자리를 뜨지 못한다. 거의 다 올라왔는지 같이 있던 사람이 뜰채를 가지고 정신없이 달려간다. 이윽고 올라온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다리통만한 큼직한 나무토막이다. 혹시 연기를 한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해적선처럼 치장한 유람선을 타고는 오와쿠니 계곡의 유황수가 분출되는 것을 보러갔다. 산꼭대기 까지는 1420m로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달걀의 색깔도 검은색으로 쉽게 변한다. 산에서 내려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야구선수 이찌로의 고향인 시즈오까현으로 후지산을 보러갔다. 다섯 개의 호수가 있는 후지산은 정상을 밟지 못하더라도 인근에서 보고 싶었는데 눈이 많이 내려 입구에서 도로를 폐쇄하여 아쉬움이 크다. 우리 일행은 이사와현 신코호텔이라는 일본식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방마다 다다미가 깔려있다. 가이드의 안내대로 잠옷처럼 생긴 일본 전통 옷을 입고 식사를 하였는데 앞섶은 자꾸 벌어지고 어색하기가 이를때 없다. 포도와 배등 과일과 온천으로 유명한 이사와현이지만 호텔내의 온천은 생각보다 물이나 시설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호텔 뒤편의 정원은 나무와 바위와 작은 연못이 정연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야말로 일본식 정원의 기본구도다. 직업을 어찌 할 수는 없어 건물만 들어서면 피난시설이고 소화시설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 이 건물도 피난시스템과 소방설비가 잘 갖추어져 있다. 유도등이나 소화기는 물론이고 옥내소화전함을 열어보니 수관도 필요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계단마다 매립되어 있는 유도등도 점등되어 화재등 재난시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다.

3월 2일 (화)
아침식사는 일본식 뷔페인데 먹을게 별로 없어 빵 몇 조각으로 대신하였다. 이사와현에서 동경으로 이동하는데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동경시내의 어떤 건물은 옥외계단 형태로‘구조’라고 큰 글씨를 써 놓았다. 김정미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오피스텔이나 다중이용업소등에는 소방관들이 유사시 인명구조도 하고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용통로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일부 우리나라의 노래방이나 유흥업소등에는 아직도 비상구를 시건해 놓은 곳이 종종 있다. 손님들이 돈을 내지 않고 그 문을 통하여 도망 간다는게 가장 큰 이유다. 일본의 도시들은 깨끗하고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속은 어떤지 모르지만 매우 친절하고 잘 웃으며 고마움의 표현은 지나칠 정도로 연신 고개를 숙여서 한다. 어떤 카고 트럭은 캥거루와 고양이의 그림이 있는데 이것은 택배차량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일본천황이 산다는 황거와 어제 제천사람끼리 방문하였던 동경도청을 다시 한번 보기로 했다. 에도성은 성벽의 높이가 15m 정도 되는데 안쪽에는 천황이 사는 건물이 있고 바깥에는 수로를 파놓고 물이 흐르게 하여 침입이 쉽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구조는 북경의 자금성도 마찬가지인데 어릴때 읽었던 만화를 보면 유럽의 성들도 이런 형태이니 권력자들의 기본적인 방어수단이 아니겠는가. 황거앞에는 해송 또는 흑송이라 부르는 곰솔이 2000여주가 있는데수령이 수백년은 된듯하고 분재형태로 전지를 깔끔하게 하여 놓았다. 아마 이번 여행중 나무를 키우는 나에게는 가장 근사한 볼거리가 되는 것 같다. 수형에 따라 수십 그루를 카메라에 담았다. 동경도청 45층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리따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김정미 가이드는 일본역사와 지리에 대한 지식이 대단하다. 설명도 정열적이고 발음도 좋을 뿐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도 틈틈이 느낄 수가 있다. 3과 5라는 숫자를 일본인들은 좋아한다고 하며 통상 회사 초임이 15-17만엔 정도되고 고등학교때 대부분이 직업에 대한 결정을 한다고 한다. 유일하게 공항 이용료를 받는 나리따 공항에는 경찰이 버스까지 들어와 검문을 한다. 우리가 흔히 가깝지만 멀다고 하는 일본, 3박4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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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달사님의 댓글

세달사 작성일

안녕하세요?

윤종택 선생님~ 동경마라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국내, 국외 마라톤 대회에서 자주 찾아뵐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북제천 화이팅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