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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에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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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정일 댓글 0건 조회 7,180회 작성일 14-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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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에서 돌아와
실크로드에서 돌아와

십여 년 전 돈황에서 양관까지 머나 먼 길을 답사했던

기억을 되살려 비단 길, 실크로드 답사길에 올랐다.

서안에서 로마까지라고도 하고, 북경에서 로마까지라고도 하는,

장장 9천km에 이르는 구간 중

돈황에서 우루무치에 이르는 천산 남로, 그 광활한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은

말 그대로 경이로움이었다.

이 지역을 두고 중국의 학자인 계선림季羨林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세계적으로 역사가 유구하고 지역이 광활하며 독창적이고 자체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고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문화체계는 중국 문화, 인도 문화, 그리스 문화. 이슬람 문화 등 네 가지 뿐이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네 가지 문명이 합류하는 지역은 중국의 돈황과 신강 지역뿐이다.”

계선림만 그런 글을 남긴 것이 아니었다. 기원 전 23-79까지 살았던 플리니우스도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이 고장에 엄청나게 많이 사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은 장사를 하고, 나머지 절반은 강도질을 한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는 바로 이곳이다. 로마와 파르티아에서 온 보석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화가 잉태되고 흥망성쇠를 거듭했던 이 지역에서 수많은 부족들을 만났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사람들은 위구르인들이었다.

“위구르 사람들은 병적으로 돈에 집착한다.” 는 선입관을 가지고 보지 않으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본 위구르인들은 어려움을 잘 견디면서 고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서로 사랑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실크로드>를 답사하고 <대당서역기>를 남긴 현장법사는 이곳을 지나며 다음과 같이 이 지역을 묘사했다.

“가혹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과 서로 협력하고 적응하며 살았던 이 지역 사람들은 아득한 사막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면 남다른 친밀감을 느꼈다.”

그런 연유로 만들어진 위구르인들의 속담이 있다.

“친구가 됩시다. 친구가 되면 빵 한 조각도 나눠 먹을 수 있지요.”

오아시스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은 음악과 가무에 대하여 아주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아득하고 넓은 사막에서 사람들이 처량하고 서글픈 정경을 몰아내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 음악과 가무였다. 이들에게는 울음도 노래도 웃음도 노래였다.

신강 상인들의 요람이었던 아토스의 민요에는 “아토스는 천지가 온통 돌밭이고 돌 밭 사이사이로 드문드문 곡식이 자라나네.”라는 구절이 있다.

이런 생활환경속에서 잘 자라는 과일이 포도였다. 포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홰오는데. 이 지역의 건포도는 당도가 높기로 예로부터 이름이 높았다.

“투루판의 씨 없는 백포도는 당도가 이십퍼센트이고 녹색 건포도는 당도가 57퍼센트가 된다.”

그러나 포도는 포도고 삶은 삶이었다. 돈황에서 명사산과 하미를 거쳐 투루판을 지나 우루무치에 이르는 구간에서 제일보고 싶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위구르인들의 생활 모습이었다.

“위구르 인들이 꽃무늬 옷에 꽃무늬 신발을 신고, 꽃무늬 두건을 두르고 꽃무늬 가방을 메고 꽃무늬 모자를 쓰고 있는데다가 위구르 민간 가옥의 실내는 꽃무늬 벽과 꽃무늬가 아로 새겨진 창문에 꽃무늬 양탄자가 깔려 있고, 정원에는 다양한 화초가 심겨져 있어,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위구르 인들의 시계로 들어가면 마치 꽃의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처럼 낭만적인 위구르인들의 생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일 년 강수량이15미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척박한 땅에서 만들어낸 고창고성과 교하고성,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허물어져 가는 민가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아파트 숲과, 수 천 수만을 헤아리는 풍력발전소의 숲들만을 볼 뿐이었다.

그 머나 먼 길, 실크로드를 답사하면서 느낀 소감은 이 산천이 아름답고, 물을 주지 않아도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눈에 선한 것이 막고굴, 천산산맥의 설산과 천지, 그 푸른 초원을 삶터로 살아가는 카자흐 가족들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 것처럼 사람들의 생애도 자꾸 변하고 있다. 언제 다시 그곳으로 갈 것인가? 묻지 말고 천천히 걷다가 보면 어느 날 다시 우루무치에서 이스탄불로, 로마로 이어지는 그 길에 선 나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갑오년 팔월 육일 밤에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http://cafe.daum.net/san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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